휴대전화 GPS·신용카드 사용내역 확인 불가…교민사회 불안
인도네시아 확진자 1천46명…지방정부에 '봉쇄권한' 허용키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에 다녀간 한국인이 귀국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또 나왔다. 이번이 두 명째다.
한국은 확진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시스템(GPS) 기록, 신용카드 사용명세, 동선별 CCTV를 분석해 구체적 동선을 공개하지만, 해외 체류 당시 동선은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주 인도네시아한국대사관과 송파구 등에 따르면 문정2동에 사는 33세 남성 A씨는 이달 15일부터 혼자 발리에 관광 왔다가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발리발 인천행 대한항공 KE630편을 이용했으며, 무증상으로 공항검역을 통과했다.
해당 편은 대한항공이 발리 노선 운항을 4월 말까지 중단하기 전 마지막으로 띄운 여객기다.
A씨는 입국 다음 날인 기침과 인후통 증상이 있어 25일 경찰병원에서 검사받은 뒤 26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24일에는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발리를 거쳐 귀국한 세종시 주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40대 남성 B씨는 1월 7일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출국해 3월 17일까지 체류하다 18일 발리로 이동해 비행기를 갈아타고 2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는 귀국 전날인 21일부터 오한·발열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공항검역을 통과했다고 세종시는 밝혔다.
인도네시아를 다녀간 한국인이 잇단 확진 판정을 받자 현지 교민사회는 체류 당시 정확한 동선 공개를 요구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각 지자체는 확진자의 국내 동선을 내놓을 뿐, 해외 체류 당시 동선이나 입국 시 어떤 비행편을 이용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재외공관에도 연락을 해주지 않기에 대사관 담당자가 관련 기사를 보고 지자체에 문의해 확진자 본인과 전화 통화로 물어보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 내 동선은 휴대전화 GPS 기록과 신용카드 사용명세 등으로 파악이 쉽지만, 해외 체류 당시 GPS 기록을 볼 수 없고, 현금 사용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본인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B씨는 "발리 체류 당시 스미냑 해변 지역에 있었고, 교민 등 접촉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밝혔다. 송파구의 A씨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귀국자의 확진 판정 사례가 계속 늘고 있기에 현지 정보공개 부족으로 인한 각국 교민사회 불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46명, 사망자는 87명이다.
발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는 9명이고, 영국인 여성과 프랑스인 남성 등 2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이 발리에서 휴가를 보낸 뒤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자가 공식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지역 매체들은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발리의 관광객은 급감했고, 이달 20일부터 인도네시아가 모든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한 뒤 더 줄었다. 대한항공의 발리노선 운항도 이 때문에 중단됐다.
하지만 발리의 외국인 관광객 약 1천800명이 비상 체류 허가를 신청하는 등 기존 체류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주 초 중국에서 공수한 신속 진단키트를 전국에 배포한 뒤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보인다. 나흘 연속 확진자 수가 매일 100명 넘게 증가했고,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2억7천만명 인구 가운데 87%가 이슬람 신자다.
이슬람사원의 '금요 합동 예배'를 일시적으로 금지한 말레이시아·브루나이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가능한 집에서 예배하라"고 권고만 했기에, 전날 전국 곳곳의 이슬람사원에서는 평소대로 많은 사람이 모여 기도했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나온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봉쇄(lockdown)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파푸아 등 지방정부가 잇달아 자체적으로 봉쇄, 준(準)봉쇄 결정을 내리자 지방정부에 사실상 봉쇄권을 주기로 입장을 바꿨다.
마흐푸드 정치법률안보조정 장관은 "지방정부가 관할 영토에 대해 엄격한 격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가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해당 규정은 지방정부가 통상 '봉쇄'로 알려진 이동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항공편을 준비해 인도네시아의 자국민 4천명과 태국의 자국민 1만7천명 가운데 원하는 사람을 다음 주 러시아로 귀국시키겠다고 발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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