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대란' 속 생산공장 가보니…"24시간도 모자라"

입력 2020-03-28 14:24  

[르포] '마스크 대란' 속 생산공장 가보니…"24시간도 모자라"
인도네시아 유일의 한인 마스크 공장…월100만개→400만개 증산
가격 폭등에도 한인사회 공급 협조…교민 "한인업체 있어줘 감사"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2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해도 늘어나는 마스크 수요를 도저히 충족할 수가 없네요"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보고르의 마스크공장에서 만난 이병복(56) 사장은 "마스크 살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 열 통은 오고, 공장 문 앞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는데 거절하기가 참 힘들다. 드릴 수 있는 물량이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이 2018년 설립한 마스크공장 '멀티원플러스'(Multi One Plus)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마스크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공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마스크 취급 허가를 받은 업체는 41개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이나 수입을 제외하고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10개 미만이다. 마스크를 생산하는 한인 업체로는 유일하다.



이 사장의 공장은 작년 12월만 해도 주 5일, 하루 8시간 가동으로 월 100만장을 생산해 전량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납품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터진 뒤 24시간 완전가동을 시작해 현재 하루 16만장, 월 400만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 사장은 "더 만들고 싶어도 마스크의 핵심 원료인 필터용 부직포(멜트블로운)를 구하기 어렵고, 자재가격도 20배로 올랐다"며 "본래 8개 사양의 제품이 있는데 지금은 다수공급에 초점을 맞춰 덴탈마스크 한 가지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덴탈마스크는 KF80 마스크(황사대응)에 준하는 차단 효과가 있음에도 가격이 저렴하고, 더운 나라에서 착용하기 적합하다고 이 사장은 판단했다.



멜트블로운은 정전기를 발생 시켜 바이러스와 미세 이물질이 마스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보 전쟁이 벌어진 마스크 원료이다.
직접 돌아본 마스크 공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도 한쪽에 쌓여 있는 멜트블로운 원단이었다.
마스크 생산 공정은 다른 의류·신발 생산보다는 훨씬 간단해 보였다.
부직포와 부직포 사이에 멜트블로운이 들어가도록 붙인 뒤, 귀걸이를 장착하면 된다.
본래는 기계로 귀걸이 부분까지 모두 부착하는데, 현재는 마스크 수요가 많은지라 수작업을 병행하고 있었다.



110여명의 직원이 50여명씩 2교대로 나뉘어 한 공간에서 작업한다. 직원들은 마스크를 생산한 뒤 귀걸이가 잘 부착됐는지 검수하고 비닐 포장 후 박스에 담았다.
작업장 밖에 쌓여있는 마스크 완제품 박스는 50개가 넘지 않았다. 생산되는 족족 공급처에서 가져가기에 물량이 쌓여있을 새가 없는 것이다.



멀티원플러스는 현재 인도네시아 공군과 육군, 한국인 마스크 취급 업체 2곳에 자체 브랜드 덴탈마스크를 납품하고, 인도네시아의 3M마스크 제품을 OEM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 4월 중순부터는 현지 최대 온라인쇼핑업체인 '토코피디아'와 손잡고 온라인 직접 판매에 나선다.
이웅기 과장은 "현재 우리 회사가 생산한 마스크가 토코피디아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며 "유통업자들이 중간 차익을 노리는 사례가 많아 직접 판매로 시장의 무분별한 가격 인상을 통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마스크 가격은 15배 넘게 뛰었다. 평균 한 박스에 2만 루피아(1천700원)에서 30만 루피아(2만5천원)로 올랐고, 40만 루피아(3만원)에 팔리기도 한다.
멀티원플러스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의 수출을 금지했기에 한국으로 제품을 보낼 수는 없지만,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대사관·아세안 한국대표부·한인회 공급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령, 이 업체는 재인도네시아한인회에 마스크 2만장을 기부하고, 5만장을 납품했다.
박재한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장은 "마스크 품귀현상이 이렇게 심한 상황에서 한인 생산업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한인 동포들에게 1차로 2만장, 2차로 1만9천여장을 무료배포했다"고 말했다.
땅그랑반튼한인회 등 지방 한인사회도 이 업체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기업 현지 사업장도 모두 이 업체에서 마스크를 공급받았다.



이웅기 과장은 "마스크를 오래 쓰면 호흡을 통해 혐기성 박테리아가 나와 마스크 자체를 오염시키고, 습기 때문에 멜트블로운의 정전기 효과도 사라진다"며 "마스크를 계속 쓰는 것보다 안전한 곳에서는 벗어서 입이 닿는 면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상온에 보관하라"고 권고했다.
멀티원플러스는 기계를 추가 주문하고, 공장을 증설해 오는 6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80만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병복 사장은 "27년간 의류 생산업에 종사하다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앞으로 의료용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마스크 공장을 세웠다"며 "이번 사태를 예견한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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