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필리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천700만명이 거주하는 북부 루손섬이 통째로 봉쇄된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현지 교민을 위해 한인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7일부터 수도인 메트로 마닐라를 비롯한 루손섬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과 생필품을 파는 상점과 은행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일반 주민은 내달 13일까지 생필품 등을 사러 외출하는 것 외에는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과 관광객이 대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메트로 마닐라에만 3만5천명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마닐라에 있는 한인교회인 임마누엘교회가 교민 돕기에 발 벗고 나섰다.
메트로 마닐라 17개 시에 있는 교민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300명과 일부 현지인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일정한 거주지가 있는 교민에게는 25㎏짜리 쌀 1포대와 컵라면 1박스, 김치 10㎏, 마스크 등을 전달하고, 일정한 거주지가 없을 경우 도시락과 빵, 비스킷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부양가족이 2명 이상이거나 60세 이상 노인, 거동이 불편한 교민을 우선 지원한다.
이 교회는 우선 100만 페소(약 2천400만원)를 마련, 이같이 지원하고 앞으로 기부금을 받아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교회와 한인단체에서도 교민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호 한인총연합회 부회장은 28일 "어쩔 수 없이 필리핀에 남아 있는 교민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한인사회가 어려움에 부닥친 동포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루손섬의 각 지방 자치단체가 앞다퉈 봉쇄 수위를 높이고 주민 이동제한을 강화하면서 이를 통제하는 군경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군경이 이동제한을 어겼다는 이유로 행인을 막대기나 곤봉으로 때렸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에두아르도 아노 내무부 장관은 28일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필리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지난 27일 현재 803명이고, 사망자는 54명으로 집계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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