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봉쇄' 사우디·이스라엘, 2차 감염에 코로나19 급증

입력 2020-03-28 20:14  

'조기 봉쇄' 사우디·이스라엘, 2차 감염에 코로나19 급증
한 주간 4배로 증가…외국서 입국한 자국민 경로추적 미흡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증가세다.
이들 두 나라가 중동권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발병국에 대한 입국 금지, 국경 차단과 같은 봉쇄 조처를 조기에 단행했다고 평가받는 점에서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27일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천104명으로 한 주 만에 4배로 늘었고 그사이에 사망자 3명도 발생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확진자가 3천35명으로, 한 주 전보다 4.3배가 됐다. 사망자도 12명이 나왔다.
중동(터키 제외 12개국+팔레스타인)에서 이란을 빼고 확진자가 1천명 이상인 곳은 이들 두 나라뿐이다.
지난 한 주간 중동 지역 전체 확진자가 1.8배 증가했고, 이란을 제외하면 2.9배로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두 나라의 증가세는 두드러진다.
27일 현재 확진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란을 제외한 중동 내 총 확진자 가운데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57%를 차지한다.
28일 기준 이스라엘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400명으로 이란(422명)과 맞먹는다.


사우디의 코로나19 대처는 상당히 강력했다.
사우디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시점은 3월 2일이었지만, 이보다 나흘 전인 2월 27일 외국인에 대해 메카와 메디나 상시 성지순례(움라)를 금지했다. 움라는 사우디로 매년 외국인이 200만명 이상 유입되는 통로다.
외국인 움라 금지와 동시에 사우디는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이튿날인 2월 28일에는 이웃 걸프 지역 국적자의 움라도 금지했다.
이날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나오자 사우디는 걸프 국가 국적자와 거주자의 사우디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이달 8일엔 육상 국경을 봉쇄했다.
사우디 보건당국은 이란을 성지순례한 자국 시아파 무슬림을 주 감염원으로 판단해 8일 이들이 주로 사는 동부 도시 카티프를 무기한 봉쇄하고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8일은 사우디 내 확진자가 11명인 시점이었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탈리아, 한국 등 9개국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했고 9일엔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을 이에 추가했다. 12일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를 포함해 39개국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고 항공편도 끊었다. 동시에 이들 나라에서 오는 입국자도 막았다.
당시만 해도 사우디는 위생용품을 중국 우한(武漢)에 보낼 만큼 여유가 있었다.
이어 14일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을 잠정 중단해 사실상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쇼핑몰, 식당 등 대중시설의 영업을 중단한 것도 이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사우디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우디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초기에 이란발 환자가 주된 감염원이었으나 최근엔 2차 이상 감염이 주원인으로 파악된다.
26∼27일 하루 새 늘어난 확진자 92명 가운데 10명이 외국에서 입국한 자국민이고 나머지 82명이 기존 감염자와 직접 접촉한 사례다. 기존 확진자의 감염 경로, 동선 추적이 부족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우디 리야드에 사는 한 한국 교민은 28일 연합뉴스에 "사우디 보건부가 매일 주별 확진자 수, 국적 정도만 공개하기 때문에 감염자의 구체적인 동선을 알 수 없다"라며 "결국 아예 외출하지 말라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역시 사우디와 비슷한 조기 봉쇄로 코로나19를 대처한 곳이다.
이스라엘은 국경을 맞댄 주변 아랍국가와 정치적으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국경이 '자동 봉쇄'된 경우다.
적성국인 이란과 인적 교류가 사실상 없어 다른 중동 국가처럼 이란발 감염자도 없었다.
첫 감염자가 일본의 크루즈선에서 이송한 자국민이었을 정도로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확진자가 1명이던 2월 22일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고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돌연 금지했고 이틀 뒤 400여명의 귀국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면서까지 전세기로 한국인을 돌려보내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성지순례 온 한국인들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탓이었다.
이달 6일(확진자 21명)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은 시리아, 확진자가 22명이던 레바논과 접한 육상 국경을 차단하고 항구와 육상을 통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11일(76명) 요르단과 이집트로 통하는 육상국경을 봉쇄했다. 12일부터는 코로나19 음성 판정과 자가격리 능력을 증명할 수 없는 모든 외국인의 공항 입국을 금지했다.
10일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극단적이라고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이스라엘 보건부 발표 자료를 보면 이런 외부 봉쇄책에도 이스라엘 내 감염이 늘어나는 데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진 유럽에서 서둘러 귀국하는 자국민의 유입이 늘었고 2차 감염도 증가세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귀국 자국민에게 2주간 자가 격리하도록 했지만 아직은 이들에 의한 2차 이상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동선을 추적하기 위해 휴대전화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 긴급 법안을 17일 의회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가결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적극적으로 검사 수를 늘리는 것도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다. 이스라엘의 하루 검진 건수는 이달 중순까지 수백건에서 지난주부터 5천건으로 증가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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