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이후 안전자산으로 자본이 대거 도피하면서 일부 신흥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예컨대 2025년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앙골라의 국채 수익률은 이달 초 7%에서 27일에는 거의 30% 수준으로 급등했다.
앙골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2022년 6월 만기 나이지리아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4%에서 12%로 올랐다.
이와 관련해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달러화 표시 국채 수익률이 미국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국가의 수가 올해 초 4개국에서 현재 18개국 이상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채 수익률 격차가 이만큼 벌어졌다고 반드시 부도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는 부도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연구원인 에드워드 글로솝은 "국가 부도의 물결이 몰아칠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가장 취약한 국가로는 아프리카의 잠비아, 앙골라, 나이지리아, 가나가 꼽히지만 남미, 중동 일부 국가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예컨대 채무 구조조정에 착수한 에콰도르는 달러화 표시 국채 가격이 불과 한 주 사이에 43.23센트에서 27센트로 폭락했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은 이번 사태 전부터 국채 원금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여 있었다.
특히, 원유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은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더욱 힘든 처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발생한 2013년 테이퍼 탠트럼 때의 상황이 재연되기 시작했다면서 "당시에도 신흥국은 통화가치 추락으로 달러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은 신흥국들이 작년 한 해 달러화 표시 국채 발행으로 2009년(633억 달러·약 77조원)의 갑절인 1천226억 달러(약 149조원)의 자금을 빌렸다고 집계했다. 이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약 24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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