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막기위해 30일부터 자가격리…모스크바 확진자 1천226명
모스크바-인천 항공편도 출발 수시간 전 취소…귀국길 한국교민 큰 불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주민을 상대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한 러시아 모스크바시가 이 조치의 시한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
당초 공지문을 통해 30일부터 시작된 자가격리 조치를 다음달 14일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가 곧이어 시한 언급을 삭제하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또 모스크바 공항 당국은 예정됐던 국제선 항공편 운항 스케줄을 갑작스레 취소해 한국행 여객기를 이용해 귀국하려던 현지 교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시의 코로나19 대책본부는 30일(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와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모스크바 시장령에 따른 자가격리 조치를 4월 14일까지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자가격리 조치가 내달 중순까지 유지될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고가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난 얼마 뒤 모스크바시 사이트 공지문에 있던 자가격리 시한 내용이 갑자기 삭제됐다.
대신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고려해 그것(자가격리 조치)을 당분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수정된 문구가 추가됐다.
애초 자가격리 시한을 다음 달 중순까지로 예정했던 시 당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우려해 시한을 확정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전날 저녁 발령한 시장령을 통해 이달 30일부터 모든 모스크바 주민에 자발적 자가격리를 명령했다.
긴급한 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거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위협이 있을 경우, 집에서 가까운 상점과 약국으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러 가는 경우 외엔 집을 벗어나지 말도록 지시했다.
형식상 자발적 격리지만 당국이 이행을 강제하고 위반할 경우 행정 처벌 등이 가해지는 사실상의 의무격리에 해당하는 조치였다.
모스크바시의 자가격리 조치 선포 이후 모스크바 외곽의 모스크바주가 곧바로 그 뒤를 따랐고 이튿날에는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서부 무르만스크주,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주, 우랄산맥 인근 스베르들로프스크주,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 극동 지역의 야쿠티야 공화국 등 15개 지역 정부가 같은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전역의 17개 지역에 자가격리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는 이날 부총리들과의 코로나19 대책 회의에서 모스크바시와 모스크바주 등이 취한 전 주민 자가격리 조치 도입을 다른 지역 정부들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가격리 조치에 대해 "강제적이지만 전적으로 필요한 이 조치를 심각하고 아주 책임감 있게 받아들일 것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증가폭이 300명대로 들어섰으며, 감염자 발생 지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코로나19 유입 및 확산방지 대책본부는 앞서 이날 "지난 하루 동안 수도 모스크바를 포함한 35개 지역에서 30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면서 "전체 누적 확진자가 1천83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에서만 21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와 전체 발병자가 1천226명으로 증가했다.
한편 이날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선 당초 저녁 8시45분 출발 예정이던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모스크바-인천 노선 Su-250편 여객기가 갑작스럽게 운항이 취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러시아 당국은 앞서 지난 27일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외국 체류 자국민 귀국과 러시아 체류 외국인의 본국 귀환을 위한 항공편은 예외로 한다고 밝혔다.
공항 당국과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측도 이날 예정된 모스크바-인천 노선 여객기 운항은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공지했었다.
그런데 출발을 몇시간 앞둔 이날 오후 갑작스레 항공편을 취소해 버리면서 해당 여객기로 귀국하려던 러시아 체류 한국 교민 수십명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모스크바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오늘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갑작스레 취소된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항공 스케줄에 대해서도 러시아 측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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