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자동차·항공·호텔 등 분야서 반납운동 확산
재정악화 보면 새발의피…"연대 메시지 내보내는 상징"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새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로 보수를 반납하겠다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늘어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미국 CNN,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진이 급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분야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그룹 월트디즈니가 대표적이다.
CNBC가 확보한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밥 아이거 디즈니 이사회 의장은 다음 달부터 봉급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밥 채퍽 최고경영자(CEO)도 월급의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못 받게 될 구체적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연봉으로 따지만 수천만 달러(약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거 의장은 지난해 4천750만 달러(약 580억원)를 벌어 들었으며, 채퍽 CEO도 고용 계약서 상으로는 연간 약 2천500만 달러(약 305억원)를 받게 돼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공장이 폐쇄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경영진 보수 삭감에 동참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마이크 맨리 CEO는 내부 메모를 통해 내달 1일부터 3개월간 보수의 50%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존 엘칸 FCA그룹 회장과 FCA 이사들은 올해 남은 보수를 모두 포기할 것이며, 여타 경영진도 보수의 30%를 삭감한다고 덧붙였다.
FCA는 전 세계 월급 사원에게도 일시적인 20% 임금 삭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도 경영진 보수 삭감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델타항공, 알래스카 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항공사들도 앞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임금 삭감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역시 최근 안 소렌슨 CEO가 올해 남은 임금을 받지 않을 것이며 다른 경영진도 임금의 50%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 임원들이 보수 반납이나 삭감을 발표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실제로 도움 되기보다는 상징적인 조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의 보수가 수백만 달러에 이를지라도 기업의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이고 재정악화를 완화하는 데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이타이 골드스타인 재정학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CEO들의 보수 포기 선언은 이들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컬림비아대 법대의 에릭 탤리 교수도 이들이 보수를 반납한다고 다른 직원들의 해고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직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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