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파급효과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것"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연 0.75%로 0.50%포인트 낮춘 지난 16일 한국은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31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일련의 미시 대책을 추진하는 재정 당국과 함께 거시정책을 책임지는 통화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전 세계적인 이동 제한이 지속되는 한 그에 따른 공급 측면의 부정적 충격은 불가피하고 글로벌 경기 급락으로 수출수요도 감소한다"며 "경제주체들의 위축된 심리가 금융시장 전반을 동요시키고, 이는 다시 내수를 위축시킴으로써 실물경제를 침체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총수요 위축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던 우리 경제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더욱 낮아지면서 디플레이션 위험을 고조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위원은 "올해 성장과 물가의 대폭 하락에 대비하고, 단기적으로는 모든 경제주체의 유동성 위험 상승에 적극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며 "취약 부분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충을 넘어 과감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위원도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존 전망보다 크고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경제활동 위축이 생산자본과 노동력의 영구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하게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임지원 위원 역시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동제한 등이 최선의 방역책으로 간주됨에 따라 그 부정적 영향이 과거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임 위원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고조된다면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적 통화정책의 여력을 급격히 소진하기보다 대내외 금융·경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유사한 맥락에서 초저금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위원은 "금통위가 우려했던 주택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과 같은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저금리 부작용이 더 커질 소지도 있다"며 "건전성 정책이나 조세정책은 주택시장과 외자 유출입의 안정을 보다 확고하게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정책조합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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