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교민 국제공조로 귀국길…마다가스카르·카메룬 66명(종합)

입력 2020-04-01 02:40   수정 2020-04-01 19:19

아프리카 교민 국제공조로 귀국길…마다가스카르·카메룬 66명(종합)
마다가스카르 교민 26명 첫 민간전세기 이용…에티오피아 거쳐 4월1일 인천공항 도착
항공비용 크게 낮추고 민간 부담…공항폐쇄후 한국주도 다국적 전세기에 첫 운항허가
카메룬 교민·코이카단원 40명도 민간 전세기로 중간서 같은 귀국길 올라…한일 합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우리 교민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카메룬에서 미국, 일본 등과 '국제공조'로 민간 전세기를 공동 임대해 같이 귀국길에 오른 사례가 이어졌다.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피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현지 교민 26명을 실은 전세기가 31일 오후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이바투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이날 주마다가스카르 한국대사관 임상우 대사는 연합뉴스에 "우리 교민을 실은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전세기가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 무사히 이륙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교관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이라크, 콩고 등 어려운 곳 근무를 많이 했는데 마다가스카르에 와서 교민들을 전세기로 대피하게 됐다"면서 "정말 다행이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우리 교민을 실은 전세기가 귀국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 좌석이 100개인 이 전세기는 우리 교민 외에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 다국적 총 97명이 탑승했다.

당초 우리 교민 수만으로는 모자라 전세기 운항이 어려웠으나 현지 다른 나라 대사들도 한국 주도의 전세기 운항에 자국민 귀국 협조를 요청해와 결국 성사가 됐다.
전세기는 전액 민간인 자비 부담으로 이뤄졌으며, 앞서 다른 나라들에서 귀국 특별 전세기편을 운행한 것처럼 우리 정부에서 부담한 비용은 없다. 중간 기착지인 에티오피아까지 전세기 비용은 1인당 1천30달러(약 126만원) 정도로 우리 교민만 탔을 경우 3배 이상을 내야 했으나 다국적으로 좌석을 거의 다 채워 비용을 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었다. 한국까지 가는 전체비용은 개인당 350만원 정도 들었다고 현지 교민이 전했다.
전세기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오후 7시10분경 도착한 이후 각 다국적 탑승객들은 저마다 그곳에서 귀국 항공편으로 갈아타게 된다. 한국민들은 에티오피아항공의 한국 정기노선편으로 갈아타 인천국제공항에 4월 1일 오후 4시15분경 도착할 예정이다.

전세기 탑승 마다가스카르 교민 26명은 주로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린이, 노약자, 부인 등으로 이뤄졌다. 마다가스카르 현지 교민은 약 240명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공항이 폐쇄돼 정기 국제선 운항은 물론 전세기 운항조차 불허됐다.
이후 전세기 운항은 한국 주도의 이번 다국적 전세기가 처음이다. 평상시 매우 북적거리는 이바투 공항은 이날 마다가스카르 교민용 전세기만 운항하기 때문에 한산했다고 임 대사는 전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지난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31일 기준 확진자는 46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아직 없어도 며칠 전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은 첫 지역 감염사례가 수도에서도 발견됐다.
아직 코로나19 확산 초기이긴 하지만 수도 안타나나리보는 미국 뉴욕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반면 의료, 보건, 위생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인구 2천600만명이지만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쓸 산소호흡기는 불과 12개밖에 안되고 그나마 수술실에서 쓰는 것밖에 없는 형편이다.
임 대사는 "마다가스카르는 현지 대통령부터 한국의 압축성장을 모델로 해서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염원이 강한 곳으로 이번에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 잘하고 있다는 점도 전세기 운항 허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면서 "비누는 물론 손 씻을 물조차 부족한 이곳에 한국의 진단키트와 마스크뿐 아니라 대처 노하우도 전수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마다가스카르 한인회(회장 원현희)는 지난 13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800만원을 현지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아프리카 중서부의 카메룬에서도 한국 교민 및 방문객(12명)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단원(28명) 등 40명이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을 피해 31일 오후 카메룬 수도 야운데 은시말렌 공항에서 민간 전세기로 한국을 향해 출발했다.
주카메룬 한국대사관(대사 유복렬)에 따르면 이번 전세기는 제3국 국적의 민항기로 일본국제협력단(자이카) 단원 56명과 공동 귀국 추진으로 총 96명이 임차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 1인당 부담하는 항공운임은 중간 기착지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인천국제공항까지 3천122달러(380만원 상당)로 절반 이상 낮춰졌다.
카메룬 교민 등 40명은 아디스아바바에서 마다가스카르 교민 26명과 같이 에티오피아항공 ET672편으로 갈아타 인천공항에서 내리고, 일본인은 같은 비행기로 도쿄 나리타 공항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4월 1일부터 해외에서 한국으로 오는 모든 입국자는 의무 자가격리 명령에 따라야 한다.
카메룬 현지에는 현재 130여명의 교민이 있으며, 3월 18일 카메룬 정부의 전격적인 국경봉쇄 조치로 인해 모든 국제항공편과 국제항운이 중단된 상태이다. 카메룬은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열흘 전에는 10명 수준이었으나 3월 31일 현재는 193명까지 확진 환자가 증가했다고 카메룬 보건부가 발표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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