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진단…코로나19 탓 185개국 15억4천만명 휴교
"중퇴·조혼·성매매 우려…여성 교육투자, 임신소녀 등교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185개국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면서 여성 청소년의 중퇴율 증가, 교육에서의 성별격차 공고화, 조기 임신과 강제 결혼, 성적 착취의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유네스코(UNESCO)는 전 세계 학생 89% 이상이 현재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네스코는 여학생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여학생의 학교 폐쇄 및 원격학습 정책 개발 참여, 임신 소녀들의 등교 보장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현재 대학을 포함한 학교에 등록된 어린이와 청소년은 15억4천만 명이다. 여학생은 7억4천300만 명이며, 이 중 1억1천100만 명 이상이 교육받기 힘든 저개발 국가에 살고 있다.
여성의 학교 등록률이 가장 낮은 국가인 아프리카의 말리, 니제르, 남수단은 휴교하면서 400만 명 이상의 여학생들이 퇴학당했다.
난민 캠프에 사는 이들 소녀에게 학교 폐쇄는 이미 불리한 입장에 서 있는 그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일이며, 코로나19의 영향은 특히 여성과 소녀들에게 광범위하고 파괴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유네스코는 밝혔다.
유네스코는 "제3세계에서 위기로 야기된 경제적 어려움은 딸 교육에 드는 재정과 기회비용이 고려되면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많은 여학생은 학교 문이 열리면 학교로 돌아가겠지만, 일부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와 경고는 2014년 에볼라 사태 당시의 교훈으로부터 나온다.
당시 시에라리온의 17세 소녀였던 크리스티아나는 "학교는 버려진 둥지처럼 텅 비어 있다. 학교에 있는 것은 임신·결혼으로부터 소녀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내 친구들이 임신하고, 일부는 조혼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우리는 아프리카의 에볼라 전염병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연구는 학교 폐쇄로 소녀들이 집에 혼자 있는 상황에서 남성으로부터의 신체적·성적 학대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게다가 소녀와 그 가족은 기본적인 필수품 때문에 성매매하기도 한다.
에볼라 당시 가장이 전염병으로 숨지면서 생계 문제가 막막해지자 많은 이들은 그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희망으로 딸을 결혼시켰다.
그때 시에라리온 일부 지역은 청소년 임신이 65%까지 증가했고, 이는 학교가 제공했던 보호 환경을 벗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소녀 중 상당수가 최근 임신한 소녀의 등교를 막는 정책 때문에 교실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유네스코는 전했다.
유네스코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교사와 지역사회 간 긴밀한 협력으로 여학생 교육에 지속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네스코는 "디지털 솔루션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낮은 기술과 성별 대응 접근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며 "(휴교 상황에서) 읽기와 쓰기 자료를 집으로 보내고 라디오와 TV를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접근이 가능하면 여학생은 안전하게 지내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배워야 한다"며 "휴교로 학교급식과 사회적 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에 학교가 학생들의 심리사회적 지원과 급식 제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학교 폐쇄와 원격 학습을 둘러싼 전략과 정책개발에 참여시키는 등 소녀들에게 교육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가 다시 문을 열 때 포기하지 않도록 유연한 학습 접근법을 제공하라"며 "여기에는 임신한 소녀와 어린 엄마들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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