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추가인하·인프라 조기투자·중소은행 172조원 유동성 공급 등 대책
1분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예고 속 '경제 보위전' 총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자국 경제에 심각한 경제 충격을 줬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재정·통화 정책을 아우르는 경기 부양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1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응해 지준율 추가 인하, 인프라 시설 조기 투자, 중소은행 유동성 공급 확대, 취약 계층 지원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국무원은 성명에서 "국내외 코로나19 상황과 세계 경제·무역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재정·통화 정책의 강도를 높임으로써 내수를 확대하고, 산업 재가동을 돕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과 대외 무역 기업, 개인사업자들이 특수한 난관을 넘을 수 있게 도움으로써 기본적인 민생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원은 경기 안정 도모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공개했다.
우선 국무원은 조만간 중소기업 등 특정 대상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진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추가로 단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이르면 금요일인 오는 3일 지준율 인하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인민은행의 재대출 및 재할인 정책 도구를 이용해 중소은행에 공급하는 자금의 총액 목표를 1조 위안(약 17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재대출은 일반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을 통해 저리로 정책 지원 대상에 자금을 대출하는 제도다.
재할인은 인민은행이 지원 대상 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국무원은 지준율 인하, 재대출 및 재할인 규모 확대 등 조치를 통해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한 중소은행들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국무원은 올 한해 중소기업이 최소 8천억 위안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재정 정책 측면에서 국무원은 인프라 투자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무원은 지방정부에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추가로 사전 배정해주기로 결정했다. 추가 배정액은 추후 공개된다.
코로나19로 올해 예산을 확정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연기된 가운데 투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앞서 국무원은 작년 11월에 각 지방에 2020년 몫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 중 1조위안을 먼저 배정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작년 지방에 총 2조1천500억위안 규모의 특수목적채권 발행액을 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중국에서는 인프라 시설 투자에 주로 쓰이는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가 올해 최대 3조위안까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공산당 정치국도 지난달 27일 회의에서 ▲ 재정 적자율 상향 ▲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 확대 ▲ 특별 국채 발행 등을 핵심으로 한 재정 정책 방향을 결정한 바 있다.
한편 국무원 오는 6월까지 취약 계층 보조금을 한시적으로 배로 높이고 지원 대상도 실업자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중국 당·정이 잇따라 최고위급 회의를 열고 강도 높은 부양 정책을 예고한 것은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 보위전'을 본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방향을 시사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의 경제는 1∼2월 마비되다시피 했다.
애초 중국은 올해 6%가량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일부 주요 기관의 전망치가 1%대 초반까지 하향 조정된 상태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1976년 끝난 문화대혁명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재발을 막는다는 전제하에 빠른 경제·사회 정상화를 통해 브이(V)자 형 반등을 이뤄내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런쩌핑(任澤平) 헝다연구원 원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1∼2월에는 전염병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고 2∼3월에는 전염병 통제와 생산 재개가 동시에 고려됐다면 3월 하순에 접어들어 정책 중심이 내수 확대 등 기업과 민중의 어려움 극복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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