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만년 전 인류의 조상 '루시' 두뇌 유인원에 더 가까워

입력 2020-04-02 03:01  

약 300만년 전 인류의 조상 '루시' 두뇌 유인원에 더 가까워
아동 때 긴 두뇌 성장 과정 거치는 인간적 특성도 갖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 인류를 포함한 사람속(Homo)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는 약 300만년 전의 고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는 두뇌가 유인원 형태에 가까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발달학적으로는 어렸을 때 침팬지보다 상대적으로 긴 두뇌 성장 과정을 거쳐 인지기능 향상과 사회적 행동 발달로 이어질 수 있는 인간적 특징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등에 따르면 막스 플랑크 연구소 필리프 군츠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A.아파렌시스 두개골 화석 내부를 분석한 이런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루시'로 대표돼 온 A.아파렌시스는 직립보행을 하고 두뇌 용량도 침팬지보다 약 20% 정도 컸다.
연구팀은 두개골의 시각적 관찰이나 측정만으로는 알 수 없는 A.아파렌시스의 두뇌 조직이나 성장 패턴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고해상도 컴퓨터 단층촬영(CT) 기법으로 에티오피아 디키카와 하다르 지역에서 발굴된 7개의 두개골 화석 내부를 들여다봤다.
특히 디키카에서 발굴된 유아의 두개골은 프랑스 그르노블의 '유럽 싱크트론 방사선 시설'(ESRF)에서 첨단 싱크트론 미세단층촬영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A.아파렌시스의 두개 내 흔적에서는 유인원과 같은 두뇌 조직이 드러났으며 인간과 비슷한 특징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인과 아이의 두개 내 부피를 비교했을 때 어린 시절 장기간에 걸쳐 두뇌가 성장하는 인간적 특징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생 인류의 두뇌는 유인원과 비교해 크기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두뇌 성장 및 성숙 과정이 더 길다.
예컨대 인간 유아는 침팬지보다 부모로부터 더 오래 보호를 받으며 긴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점이 인간의 인지 기능과 사회적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류의 조상이 언제부터 이런 특징을 보여왔는지는 분명치 않다.
유인원 두뇌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통합 중추인 두정엽(頭頂葉)과 후두엽(後頭葉) 조직에서 인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데, 후두엽의 일차시각피질 앞 경계에 초승달 모양의 고랑인 월상구(月狀溝)를 갖고 있다. 이 월상구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에서 뒤로 밀려나기 시작해 현생 인류에게서는 아예 사라지는데, 이런 두뇌 조직의 변화가 A.아파렌시스가 도구를 사용하는 등 유인원보다 복잡한 행동을 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디키카 유아 두개골에서는 유인원과 같은 위치에서 분명한 월상구 흔적이 확인됐으며, 하다르에서 발견된 성인 두개골에서도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월상구가 유인원 위치에서 발견됐다.
기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두뇌 조직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활용한 싱크트론 미세단층촬영 기술은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치아의 성장선을 측정해 사망 시점을 불과 몇주의 오차로 측정해 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디키카 유아의 사망시점 나이가 2년4개월(861일)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유아의 두개 내 부피를 측정하고 성인의 두개 내 부피, 현생인류와 침팬지 1천600여개체의 관련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디키카 유아의 치아 발달 속도는 침팬지와 비슷해 현생인류보다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A.아파렌시스 성인의 두뇌 크기가 침팬지보다 약 20% 큰 점을 고려할 때 A.아파렌시스 유아의 두개 내 부피는 침팬지보다 상대적 더 긴 성장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디키카 유아의 두뇌를 루시처럼 작은 두뇌에 보수적으로 비교해도 현생 인류처럼 장기간에 걸쳐 두뇌 성장을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군츠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A.아파렌시스가 유인원과 비슷한 두뇌 조직을 갖고 있지만 침팬지보다 더 긴 시간에 걸쳐 두뇌 발달과정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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