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려에 마스크 벗지 못하고 대화도 자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자유 축소는 재외국민 투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1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시작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재외투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코로나19의 그림자는 투표소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안에서부터 느껴졌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카이로 남부 마아디에서 도심 도키 지역의 한국대사관으로 가기 위한 버스에 탔다.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이 버스의 탑승자는 운전기사와 대사관 관계자를 포함해 6명.
마스크를 쓴 교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에 버스에 올라 창가 쪽으로 최대한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좌석을 고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사관 관계자가 준 소독제를 손에 발랐다.
버스가 시내를 달리는 동안 마스크 착용에 따른 답답함은 커졌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그러나 탑승자 중 누구도 30분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창밖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행인들과 차들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대사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내에 배치된 경찰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명분으로 이집트 국민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심해진 것이다.
한국대사관에서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예방 조치는 철저했다.
버스에 내린 뒤 대사관에 들어가기 위해 교민들은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섰다.
대사관 민원실에서는 경비원이 열감지 카메라로 교민들의 발열 여부를 한명씩 점검했다.
대사관은 고열 증세가 의심되는 교민들의 경우 별도로 투표할 수 있도록 임시투표소도 준비했다.
열감지 카메라를 통과하자 대사관의 다른 경비원이 교민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렸다.
투표소는 첫날인 덕분인지 사람들이 비교적 한산했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윤여철 한국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교민들을 안내했다.
교민들은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 비교적 간단하게 투표를 마쳤다.
재외투표소 앞에는 마스크 착용, 다른 사람과의 적정 거리 유지 등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또 후보자 명부 책자와 커다란 손소독제가 탁자 위에 놓여있었다.
투표 순서를 기다리던 교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화를 나누려 하자 대사관 직원이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투표를 위해 재외선거인으로 이름을 올린 교민은 모두 224명이고 이들 중 32명이 이날 오전 참정권을 행사했다.
투표를 마친 한 교민은 "후보가 정해진지 불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은 아쉽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할 때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오늘은 괜찮았지만 사람들이 몰리면 달라질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오는 6일까지 진행될 재외투표에서 투표소가 붐비는 날에는 코로나19에 민감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집트 보건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710명으로 전날보다 54명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46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집트에서 지난 2월 14일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된 뒤 하루 동안 확진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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