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순환 휴업 돌입…미국·유럽 시장 마비에 수출도 감소
'만들어봐야 재고' 위기의 車산업…부품업계 "조만간 유동성 문제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동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부두를 떠나는 수출용 자동차 운반선에 차가 얼마나 실릴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미국과 유럽산 부품공급에 차질이 겹쳐서 국내 공장이 2월에 이어 또 멈춰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쌍용차 순환 휴업…판매 부진에 유럽산 부품공급 차질
쌍용차는 2일부터 사실상 무기한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럽에서 오는 부품 공급이 원활치 않아서 라인별로 1주에 하루 이틀씩 쉬기로 했다"며 "오늘은 코란도와 티볼리를 만드는 1라인이 멈췄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보쉬, 컨티넨탈, 가제트에서 트랜스미션, 엔진· 구동 관련 부품, 전장 주요 부품 등을 납품받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판매 부진을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만들어봐야 재고만 쌓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3월 판매가 1만3천590대로 작년 동월보다 31.2% 감소했다.
신차가 없어서 내수에서도 밀렸고 유럽시장을 공략하려던 계획도 코로나 사태에 막혔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 올해 초엔 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 측에서 방한해 2천300억원 투자를 약속하고 포드사 제휴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쌍용차는 이달 마힌드라 이사회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인도 역시 코로나로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이다 보니 쌍용차 앞날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 한국GM 미국 수출 확 주나…르노삼성차 XM3 수출 기대 유지될까
한국GM은 지난달 내수 8천965대, 수출 2만8천953대 등 총 3만7천918대를 팔았다.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덕에 내수는 39.6% 증가했는데 수출은 20.8% 감소했다.
한국GM은 수출 감소는 스파크 등 경차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시기가 3월 중순이라서 3월 선적분에까지는 파장이 크게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활절(4월 12일) 정상화' 계획이 무산될 정도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한국GM 수출도 이달 하순부터는 본격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출 주문은 통상 1∼2개월 후 판매동향을 예측해 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엔 차를 실은 배를 보낼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한국GM은 본사 방침에 따라 팀장급 이상 간부 임금 20%를 지급 유예하기로 하는 등 경영에는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3월엔 신차 XM3에 힘입어 내수는 1만2천12대로 83.7% 뛰었는데 수출은 3천88대로 57.4%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XM3 국내 판매실적이 계속 받쳐주지 않는 한 공장 2교대 가동이 쉽지 않을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 때 10만대에 달하던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이 3월에 끝났고 후속 XM3 유럽 수출계약은 아직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지금 결정해도 10∼11월이나 생산에 들어가게 되는데 현재 노사임금 협상이 끝나지 않아서 제조 원가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XM3 유럽 판매 계획이 달라질 수도 있다.
르노그룹은 유럽 지역 공장 상당수를 닫았으며,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르노삼성차에도 비용지출 억제, 투자 연기 등의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 현대·기아차 수출 감소, 국내 공장 감산으로 이어지나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국내 판매는 7만2천180대로 3.0%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가 23만6천323대로 26.2% 감소했다. 기아차는 국내 판매량은 5만1천8대로 15.3% 뛰었으나 해외에서 17만5천952대로 11.2%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공장 가동 중단이 바로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미국 시장은 그나마 지난달 초반까지는 괜찮았는데도 해외판매가 이 정도 고꾸라졌다. 가동 중인 중국을 제외하고 해외 공장 대부분이 이달 중순까지는 문을 닫기로 돼 있어 4월 실적도 희망적이지 않다.
국내 공장은 2월에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멈췄던 것을 만회하느라 3월에는 활발하게 가동됐다. 그러나 수출길이 막히면 당연히 국내 공장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현실에 맞닥뜨린다.
◇ 미국·유럽산 부품 공급차질, 국내 차 산업에 암초…부품업계 위기
쌍용차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미국·유럽산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산화율이 90%라고 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 사례에서 보듯 단 1개 부품이라도 빠지면 공장이 멈추어 선다.
다만 덩치가 크고 전 차종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중국과 달리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오는 부품은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또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는 데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만큼 물량은 확보가 돼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 부문 전자장비 일부 부품이 미국, 유럽에서 오며 재고량은 2~3개월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 업체들이 부품 40%는 수입하며, 재고를 짧게는 2주, 길어도 12주 이상은 쌓아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 공장이 닫은 데 이어 국내 공장 생산까지 차질이 생기면 부품업체들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항구 위원은 "자동차 부품 수출은 75%가 우리 기업에 가는데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이 문을 닫았으니 부품업체들은 이달 말께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부품업체 상당수가 이달 중순부터는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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