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해외 치료 못해…국내 의료시설 의존해야 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럴 줄 알았으면 국내 병원을 깨끗이 잘 키웠을텐데…"
나이지리아 권력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과거처럼 해외 치료를 못하게 돼 열악한 국내 의료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 동안 나이지리아 엘리트들은 자국 보건시스템에 투자를 안하고도 주로 해외 치료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첫 확진자가 이 아프리카 서부 국가에서 나온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급기야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모든 국경을 봉쇄하고 두 핵심도시와 산업허브인 오군주(州)에 봉쇄령을 내렸다. 민간 항공과 개인 제트기도 땅에 발이 묶였다.
다른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나이지리아는 이제 세계와 단절됐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많은 아프리카 엘리트들이 더 이상 영국, 프랑스, 인도로 진료를 받으러 갈 수 없는 독특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관행은 워낙 흔해 부유한 중산층도 이들을 따라 하곤 했었다.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017년 영국에서 비공개 질환으로 5개월 넘게 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비난을 많이 받았다. 지난해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은 뇌졸중으로 모로코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했지만 짐바브웨 독재자였던 로버트 무가베는 싱가포르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나이지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74명으로 이 가운데는 압바 키아리 대통령 비서실장도 포함됐다. 키아리 실장은 부하리 대통령에 이어 제2의 실권자다.
36명의 주지사 가운데 4명과, 전 부통령의 아들이 양성반응을 보였고 국영 석유회사 전직 고위 간부는 첫번재 코로나19 사망자가 됐다.
고위급 공무원 수십명이 자가 격리 중이며 이들이 아프면 꼼짝없이 취약한 국내 보건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고 프란시스 파두일레 나이지리아 의사협회 회장이 밝혔다.
파두일레 회장은 "지난 수년간 나이지리아 보건 시스템에 정상적인 재정 지원이 안돼 코로나바이러스 부담이 가중되면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지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이 나라에는 7만5천명의 의사, 18만709명의 간호사, 2만5천명의 약사가 있다. 그러나 인구 2억명의 아프리카 최대 인구대국인 나이지리아 병상 수는 1천명당 0.5%밖에 안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는 연구소도 다섯 군데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큰 나라이면서도 보건 지출은 지난 10년간 예산의 5% 언저리로 아프리카연합(AU)의 최소 권고치 15%보다 크게 부족하다. 2015년 정부 수입의 1%를 기초보건에 할당하라는 법령이 통과됐지만, 아직도 시행이 안 되고 있다.
의료협회 관계자들은 등록 의사들의 절반 정도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다른 나라들로 이민 갔다고 말했다.
파두일레 의협 회장은 정부가 아직 대규모 예방조치를 취할 시간은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면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열악한 병원 서비스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보건시스템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며 "정부 최고위층도 일부는 감염될 것이고 이들은 국내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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