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대신 주정부 책임 강화…쿠슈너 지적후 변경되자 입방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며 극심한 물자난을 겪는 와중에 정부가 국가전략비축량(SNS)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변경해 입방아에 올랐다.
이 용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명구조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품을 미리 준비해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주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설명이 바뀐 것이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HHS)는 그동안 전략비축량에 대해 "지방의 물자를 고갈시킬 정도로 심각한 공중보건 비상상황에 사용하기 위한 약품과 의약물자의 최대 공급량"이라고 규정했다.
또 "주와 지방 등에서 연방 지원을 요청할 때 비축량은 적절한 의약품과 물자가 비상시에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달되도록 보장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보건복지부 웹사이트에 올라온 설명에는 전략비축량을 "공중보건 비상시 주 정부 등의 물자를 보충해주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많은 주도 물자를 비축해 뒀다"고 적었다. 전략비축량은 단기적인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설명에 있던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비상상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물자를 포함한다"는 문구는 삭제됐다.
한 마디로 주 정부의 자체 비축 및 조달 기능이 강조되고 연방 정부는 주 정부의 부족 사태 시 임시로 보완해주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변경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에 대해 언급한 다음날 이뤄졌다는 데 있다.
쿠슈너는 전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연방비축량 개념은 우리(연방)의 비축량이지, 주의 비축량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이민개혁, 중동평화협상 등 숱한 중책을 맡은 쿠슈너가 이번에는 코로나19의 막후 대응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쿠슈너의 이런 입장이 전략비축량의 설명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더구나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주 정부들이 의료 물자 공급난을 호소하며 연방정부의 역할을 채근하는 상황에서 새 규정은 연방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방 차원의 자택 대피령 발령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민간기업에 필수물자 공급을 강제할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는 등 주 정부가 물자 확보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는 평가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전략비축량 설명 변경이 수주 간 이뤄진 작업이라며 쿠슈너 발언과 연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고 AP는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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