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300억원 투자계획 무산에 '비상'…적자 누적에 코로나19 겹쳐
'마힌드라 쌍용차 지분포기 or 산은 투자유도' 해석 분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동규 기자 =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신규투자 거부로 9년 만에 다시 생존 위기에 처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아 2022년 흑자전환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마힌드라가 손을 놔버리며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 마힌드라, 쌍용차 정상화 지원계획 철회
쌍용차 모기업인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 & 마힌드라'는 3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에 신규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마힌드라는 이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여러 사업 부문에 자본을 배분하는 방안을 논의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 소식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4일에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 지원 의지를 강조해왔다. 작년 말 쌍용차 노조와 면담을 하며 2천300억원 직접투자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해서 신규자금 투입과 포드와의 글로벌 제휴 등을 통해 3년 후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목희 부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고엔카 대표는 2월 인도에서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앞으로 3년간 5천억원을 투입해 쌍용차를 정상화하겠다"면서 투자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당시 쌍용차는 이에 관해 마힌드라 투자 2천300억여원, 쌍용차 노사 자구노력과 비업무용 토지 매각 등으로 1천억여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금액은 산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 적자 누적에 신차 없는 쌍용차…코로나19 충격 겹쳐 순환휴업 들어가
마힌드라가 자금 지원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발을 빼면서 쌍용차는 정상화 계획이 모두 흔들리게 됐다.
쌍용차는 작년까지 12분기 적자가 누적된데다가 당분간 신차도 없어서 자력으로 헤처나갈 여지가 크지 않다.
2011년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티볼리의 인기 등에 힘입어 2016년에 9년 만에 흑자를 내는 등 반짝 상승세를 탔지만 이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판매가 13만5천235대로 전년보다 5.6% 줄었다.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천819억원으로 전년보다 339.3% 증가하고 자본잠식률이 46.2%까지 올랐다.
작년 말 단기 차입금은 2천541억원, 장기 차입금은 1천587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만기였던 산은 차입금 300억원 중 200억원은 연장이 됐는데 7월에 다시 7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쌍용차는 국내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에 막혔다.
이미 이달부터 생산라인별로 1주일에 1∼2일 돌아가면서 쉬는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유럽산 부품조달에 차질이 있다는 이유를 들지만 판매부진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노사가 자구안을 만들어 노력 중이지만 자본 수혈 없이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 마힌드라 75% 지분 포기하나…산은 투자 끌어내는 전략인가
산은은 쌍용차에 관해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은은 그동안 쌍용차에 자금 대출, 대출 상환 연장 등을 한 만큼 대주주가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원거부 결정은 민감한 시기에 나와 여러 해석을 낳는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1월 고엔카 대표 방한 때는 투자가 곧 결정될 것처럼 하다가 2월에는 3월 말까지 하겠다고 미루는 등 한국 쪽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했다는 것이다.
방한 전에 쌍용차 해고자들을 대상으로 무기한 휴직 발령을 냈던 것을 두고도 비슷한 의견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코로나19로 모기업도 어렵다 보니 '손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마힌드라는 인도에서 3월 판매가 88% 감소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금액은 5천225억원이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2013년에 800억원, 작년 9월 500억원을 투입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율은 74.5%이고 3일 기준 시가총액은 2천200억원이다.
마힌드라는 이사회에서 쌍용차 경영진의 새 투자자 모색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정상화 계획이 삐걱거리며 관련 협력업체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마힌드라 인수 9년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서게 된 것 같다"며 "쌍용차가 무너지면 직원 5천여명은 물론 1·2차 협력업체 등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