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전 대통령 증손자도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

입력 2020-04-05 08:28   수정 2020-04-05 08:57

루스벨트 전 대통령 증손자도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
NYT 기고문서 "다른 어떤 행동 할 수 있었겠나…증조부도 동의하실 것"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미-스페인 전쟁 당시 공개편지로 수백명 구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서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가 경질된 브렛 크로지어 함장에 대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증손자가 언론을 통해 공개 두둔하고 나섰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이자 롱아일랜드 대학 시어도어 루스벨트 연구소장인 트위드 루스벨트는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증조할아버지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군은 크로지어 함장을 경질하면서 그의 편지가 승조원들 사이에 극심한 공포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실수라고 했지만, 당시 항모 내의 끔찍한 상황을 볼 때 그가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크로지어 함장은 부하들을 구하려면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느끼고 강력한 편지를 쓰기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그의 경력 면에서 최고의 접근법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결과를 얻어냈다"고 강조했다.


크로지어 함장은 괌에 정박 중이던 항모 내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는 데도 하선 명령이 내려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승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하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상부에 보낸 이 편지는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승조원들에 대한 하선 결정이 내려졌으나 미 해군은 크로지어 함장의 판단력을 문제 삼아 지난 2일 그를 전격 경질했다.



루스벨트 소장은 "크로지어 함장이 지휘하던 항모의 이름을 가진 분의 후손으로서 이런 상황에서 증조할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이 경우는 어떻게 하셨을지 정확히 안다"면서 "1898년에 거의 똑같은 상황에 부닥치신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조부께서 쿠바를 둘러싼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라는 자원 기병대를 지휘하신 적이 있는데 산후안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은 사실상 끝났지만, 쿠바에 여전히 남아있던 병사들은 황열병과 말라리아라는 더 나쁜 적을 맞닥뜨리게 됐다"며 증조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현대 의약이 없던 시절이어서 적들보다 질병으로 훨씬 더 많은 병사가 숨졌는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전장의 사령관들은 병사들을 고국으로 데려오고 싶어했지만 미 정부 지도부, 특히 러셀 앨저 당시 육군 장관이 정치적 반발을 우려해 이를 거절했고, 직업 군인 장교들도 의견을 냈다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자원자여서 잃을 것이 없는 증조부께서 동료 사령관들의 암묵적 동의를 얻어 언론에 강렬한 공개서한을 보냈으며 이 편지로 병사들을 당장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앨저 장관이 포기하고, 부대를 뉴욕주 롱아일랜드 끝 '몬탁'에 격리시켰다"면서 "당시 쿠바에서 수백명이 죽었는데 증조부의 행동이 무수한 사람들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루스벨트 소장은 "그러나 증조부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 화가 난 앨저 장관이 증조부께서 명예훈장 후에 오르자 이를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면서 "하지만 증조부는 사후인 2001년 이를 받았고, 결국 그가 승리했다. 오늘날 누가 앨저 장관을 기억하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명예보다 사리 추구를 우선시하는 시대에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큰 용기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그 시대에 명예로운 길을 택했고, 크로지어 함장도 같은 길을 걸었다"고 추켜세웠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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