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에도 대규모 경기부양 없는 멕시코…경제계 반발

입력 2020-04-07 07:58  

코로나 충격에도 대규모 경기부양 없는 멕시코…경제계 반발
멕시코 대통령, 대기업 대신 빈곤층 보호 대책 집중
재계 "위기 대응책 미흡…큰 폭 경기후퇴·대량실업 불가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세계 각국이 앞다퉈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멕시코는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멕시코 경제의 위기 신호음이 커지는 속에서도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치는 대책을 내놓자 경제계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6일(현지시간) 멕시코 기업인 단체인 기업조정위원회(CCE)는 전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 활성화 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CCE는 일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우리가 직면한 엄청난 위기 앞에서 충분하지 않은 대응"이라고 말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전날 오후 발표한 대책엔 빈곤층 지원과 고위 공직자 급여 삭감, 9개월 내 일자리 200만 개 창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이나 감세 등은 포함되지 않았고, 대규모 자금 투입도 없었다.
곧 3천390억페소(약 16조6천억원)에 달하는 에너지 부문 투자계획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민간에서 요청한 규모인 113조원가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이 같은 대책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취임 전 대기업과 각을 세워온 그는 이전에도 코로나19 경제대책은 기업이 아닌 서민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멕시코에는 체계 밖에 있는 비공식 노동자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도 소극적이었다.

대통령은 6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과거 여러 차례 실패한 경제정책을 이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모델'에 대한 경제계의 반응은 차갑다.
CCE는 정부가 민간 부문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올해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은 7% 감소하고,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재계 단체인 멕시코기업인연합(COPARMEX)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할 경우 10%의 경제 후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선 멕시코가 올해 2009년 세계 금융위기나 '테킬라 위기'로 불렸던 1994년 위기 때보다 더 깊은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 후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34만2천 개인데 9개월 만에 200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터무니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의 마누엘 몰라노는 AP통신에 "대통령이 위기의 규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공식 노동자 보호를 우선시하겠다는 정책과 관련해 "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사람과 공장에서 일해서 그 음식을 사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 노동자 보호를 외면하면 결국 최빈곤층에게까지 타격이 미친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칼로스 피터슨은 블룸버그에 "정말 필요한 시기에 대통령이 경제 계획을 조정하거나 변경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멕시코 대통령의 위기 대응 방식이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어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로 강등될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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