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망자 1만3천여명 중 수도 마드리드가 40%
수도권 묘지 운구시신 평소의 2∼3배…마지막 인사마저 약식으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공동묘지가 몰려드는 시신으로 포화에 다다랐다.
한꺼번에 늘어난 시신과 정부의 지침에 따라 마드리드의 많은 묘지가 5분 남짓의 짤막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방식의 영결식을 치르고 시신을 서둘러 매장하고 있다고 미국의 CNN방송이 지난 6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에 따르면 마드리드 외곽 알무데나 공동묘지에는 15분마다 검은색 운구차가 들어온다.
운구차가 입구에 도착하면 고인의 마지막 길 배웅을 위해 가톨릭 사제인 에두아르 신부가 나와 유족을 맞는다.
영결식 참석자는 스페인 정부의 지침에 따라 5명 이하로 엄격히 제한된다.
코로나19로 유명을 달리한 가족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유족은 대부분 마스크와 장갑까지 착용한다.
영결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간 포옹이나 볼키스 같은 제스처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숨죽여 울며 배웅할 뿐이다.
에두아르 신부가 축원과 기도를 하고 관에 성수를 뿌리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할 여유도 없이 장례업체 직원은 서둘러 관을 묘터로 옮긴다.
CNN은 이렇게 짧은 장례식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장례식이라고 칭했다.
이렇게 한 차례가 지나가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코로나19로 별세한 다른 사람의 관이 들어온다. 알무데나를 비롯해 마드리드 일대의 공동묘지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는 광경이다.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내린 전국적인 이동제한령과 공공장소 폐쇄령에 따라 전국의 모든 성당이 문을 닫은 터라 공동묘지는 스페인에서 가톨릭 사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에두아르 신부는 "유족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면서 "이분들께 다가가 신부인 내가 함께 있으며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데, 가끔 나조차 눈물이 터지곤 한다"고 말했다.
마드리드 일대는 스페인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이라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온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만3천798명인데 마드리드가 40%를 차지한다.
마드리드의 공동묘지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시신이 운구된다고 한다.
마드리드시의 시신안치소도 포화상태에 다다라 시는 두 곳의 빙상경기장을 징발해 임시안치소로 사용 중이다.
알무데나 묘지에서 눈물을 흘리던 펠릭스 포베다 씨는 몇 주 전 가족 모임에서 형과 어머니와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했다.
세 명 모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77세의 모친은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모친의 장례식에는 감염 위험 때문에 형제도, 손자도, 그의 부인도 참석하지 않은 채 포베다씨 혼자만 왔다.
그는 CNN에 "인생의 끝이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사태가 모두 진정되고 나면 어머니의 장례식을 정식으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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