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리포트 "전수조사중…1970년대 대피소 활용 위해 처음 나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의 95.8%는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반지하 거주 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꼼꼼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주거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8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연구원 국토이슈리포트 제15호 기고를 통해 지하 거주의 역사적 배경과 전개과정, 국내 지하 거주실태를 분석하고 정책방안을 제안했다.
반지하 거주 인구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가장 최근인 2015년도 조사에서 '지하 거주' 가구가 36만3천896가구(68만8천999명)로 집계된다.
완전한 지하층 주택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부분 반지하 거주자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는 올해 나올 예정이다. 2015년 이후 작년까지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반지하 주택 수가 크게 변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도 자료를 보면 반지하 거주 가구는 고시원·고시텔 15만1천553가구, 옥상 5만3천832가구보다 훨씬 많다.
반지하 거주 문화는 주거비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 특유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기준 지하에 거주하는 전국 36만3천896가구는 지역별로 서울 22만8천467가구(62.8%), 경기도 9만9천291가구(27.3%), 인천 2만1천24가구(5.8%)로 수도권에 95.8%(34만8천782가구)가 거주한 것으로 집계된다.
전국 시·군·구 중 경기도 성남시(2만5천683가구), 서울 관악구(1만9천121가구), 중랑구(1만7천839가구), 광진구(1만5천630가구), 은평구(1만4천59가구) 순으로 지하 거주 가구가 많다.
지하 가구 비율로 보면 중랑구가 11.3%로 가장 높고 광진구(10.6%), 경기도 과천시(10.0%), 서울 강북구(9.5%), 관악구(8.4%) 등 순이다.
우리나라에 반지하가 나온 것은 1970년대다.
최은영 소장은 "지하층은 일촉즉발의 남북관계가 이어지던 1970년대 유사시 대피소로 활용하기 위해 의무화되면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1962년 건축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주택의 거실을 지하층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1970년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지하층에 거주공간을 마련하도록 의무화됐다.
이후 반지하는 주택의 절대적 부족과 맞물려 주거공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반지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건축규제가 완화되면서 확산했다.
그러나 1999년 지하층 의무 설치규정이 폐지되고 이후 주택의 주차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필로티 구조 주택이 등장하면서 반지하는 꾸준히 줄었다.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을 통해 반지하 주택이 새삼 조명을 받자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 실태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은영 소장은 지하 거주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지하 거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지하 거주 가구의 주택 구조, 채광, 환기, 누수 등 주거상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벌이고 지하 가구의 점유 형태와 주거상태에 따른 상이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주택에 대해선 임대를 금지하는 등 새로운 정책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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