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복합위기에 '36조원+α'로 한국 수출 돌파구 마련

입력 2020-04-08 14:35  

전례없는 복합위기에 '36조원+α'로 한국 수출 돌파구 마련
3월 수출 선방했지만 전망 '안갯속'…"장기화시 수출기업 어려움 가중"
'코로나 유망품목'으로 신시장 개척…GVC 재편 적기 대응해 위상 강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정부가 36조원+α 규모의 무역금융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 충격이 발생했다면 현재는 미국, 유럽 등지로 감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수요 둔화가 더해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의 발이 국내에, 집에 묶이면서 글로벌 경제활동이 마비되다시피 하자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일제히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 수출액은 지난달 0.2% 감소하며 비교적 선전했다. 특히 물량은 13.1% 증가해 수출 기반은 아직 굳건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수출이 언제까지 선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항공,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반도체도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8일 비상경제회의를 거쳐 내놓은 수출활력 제고 방안에는 세계 경제와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에 제때 대응하고 코로나19 이후 수출·제조강국의 위상을 선점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이 담겼다.


◇ 수출기업 금융애로 총력지원…변화하는 무역환경 대응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져 흑자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총력 지원한다.
이를 위해 무역금융 추가 지원액 36조원+α 중 대부분인 30조원을 수출 보험·보증을 감액 없이 만기 연장하는 데 투입한다.
주력 수출시장 수출기업에 28조7천억원, 선적 전(前) 보험에 가입한 모든 중소·중견기업에 나머지 1조3천억원을 지원한다.
또 해외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할 경우 이를 한국 기업이 수주할 수 있게 정책금융을 5조원+α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 대책이 중소·중견기업에 집중됐다면 이번 대책은 보험 만기연장, 해외 프로젝트 수주 지원의 경우 대기업을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수출 기업의 긴급 안정자금 보증,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중소·중견기업 제작보증 등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는 9천억원을 투입한다.

보험·보증 지원 문턱도 대폭 낮췄다.
수출 여력이 있으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기업도 심사를 거쳐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기존보다 기간을 5일에서 1일 단축하고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보험·보증을 출시했다.
이번 대책의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비대면 수출 지원을 대폭 강화한 점이다.
세계 각국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담부터 계약, 통관, 물류까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과정을 그대로 온라인상에 구현해 원스톱 계약 체결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증강현실·가상현실(AR·VR)을 활용해 세계 어디서나 참가할 수 있는 '온라인 코리아' 특별 전시회는 50회 열고 상시 온라인 전시관도 10개를 운영한다.
이 같은 노력에도 대면 활동이 필요한 인력은 입국제한이나 격리 조치를 완화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병행한다.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양자·다자채널을 활용해 기업인 예외입국 표준모델을 확산하겠다고 강조했다.


◇ '위기를 기회로' 방역·위생제품 수출 지원…GVC 재편 대응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사례로 주목받으면서 관련 제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121개국이 한국산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했다. 이 중 35개국으로 수출이 이뤄졌고 31개국에는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진단키트를 비롯한 의료용품과 위생용품·건강식품·홈쿠킹·홈뷰티·청정가전·디지털장비 등 '코로나19 유망상품군'의 수출 패키지를 지원한다.
재택근무와 실내 생활이 늘면서 수요가 커지는 게임·음악·드라마 등 온라인 콘텐츠도 수출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편되는 GVC도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정부는 주요 소재·부품·장비의 수입 규모와 의존도 등을 고려해 분석대상을 기존 대(對)일본 100개 품목에서 대세계 338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이는 전체 소재·부품·장비 수입 품목의 91.5%에 달한다.
이들 품목의 수급 안정화를 위해 핵심품목은 필수재고를 확보할 자금과 공간을 지원한다.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의 15조원 규모 금융 패키지를 활용해 재고 물량 확보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보세창고, 공공기관, 공공연구소 등 공공 부문의 여유 공간을 개방한다. 희소금속 등 핵심품목과 원유·석유제품은 정부 비축을 병행한다.
나아가 국산화와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동시에 기울인다.
법인세 감면을 활용해 핵심 기업의 국내 유턴과 투자 유치를 독려하고, 핵심 가치사슬 내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지원한다.
올해 신설되는 공급망 다변화 특별보증 1천억원을 활용해 신남방과 소재·부품·장비 선진국으로 공급망 분산을 추진한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연구 활동이 위축되지 않게 민간부담금 축소와 인건비 지원에 최대 2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적 수요 감소 등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GVC 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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