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대책' 발표…'안전속도 5030' 연내 정착
이륜차 안전관리 강화…고령자 맞춤형·어린이사고 제로화 추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정부가 도시지역 차량 제한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을 당초 예정된 내년 4월보다 앞당겨 올해 안에 정착하도록 하는 등 보행자가 우선인 교통체계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낸다.
최근 배달앱 이용 증가 등으로 이륜차 사망 사고가 늘어난 만큼 이륜차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고령자와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2천800명대로 낮추는 등 2022년까지 연간 2천명대로 줄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9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한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 대책'을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교통안전 종합대책' 수립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해 2018년(3천781명)에는 1976년 이후 처음으로 3천명대에 진입했고, 작년에는 3천349명으로 전년 대비 11.4% 감소했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가 2017년 8.1명에서 2019년 6.5명으로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7년 기준 5.2명)의 1.3배 수준으로 하위권이다. 특히 보행 사망자(3.3명)는 OECD 평균(1.0명)의 3.3배에 이른다.
정부는 크게 ▲ 보행자 우선 교통체계로 전환 ▲ 교통약자 안전환경 조성 ▲ 운전자 안전운전·책임성 강화 ▲ 예방적 도로교통 인프라 개선·확충 ▲ 교통 안전문화 확산·추진체계 강화 등 5가지 분야의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지자체와 협업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 도시 지역에 연내에 정착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지역의 차량 통행속도를 간선도로는 시속 60∼80㎞에서 50㎞ 이하로,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40㎞에서 30㎞ 이하로 각각 하향 조정하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저속 운행하도록 회전교차로, 지그재그형 도로 등을 만들고 도시 외곽 도로변에는 '마을주민 보호구간'을 확대한다.
또한, 올해 안에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도 운전자가 일시 정지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보행자에 통행우선권을 주고, 운전자에 보행자 보호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교차로에서 차량 우회전 시 일시 정지 후 서행하도록 규정을 명확하게 할 방침이다.
아파트 단지와 주차장 등 도로 외 구역에서의 보행자 안전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작년 고령자 사망사고가 전체의 46.3%로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해 고령자의 왕래가 잦은 전통시장과 병원 등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한 환경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고령자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보행 신호 자동연장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고령자가 주로 이용하는 구역을 중심으로 중앙보행섬, 횡단보도 앞 쉼터와 간이의자 등 배려시설을 확충한다.
아울러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 활성화를 위해 면허 반납 때 지자체가 제공하던 교통카드 등 혜택에 대한 정부 지원(13억9천만원)도 실시한다.
어린이 교통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올해 2천60억원을 투자해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단속장비 2천87대, 신호등 2천146개 등을 우선 설치하고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낮춘다. 통학버스의 관리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해 음주사고 발생 시 사고부담금을 최고 1천5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으며, 버스나 택시 운전자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거나 운전 중 유튜브 등 영상을 시청할 경우 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만 지난달 15일까지 이륜차 사고로 95명 숨지는 등 이륜차 사망 사고가 전년 동기(64명) 대비 48.4% 증가한 점을 감안해 이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암행 캠코더 단속을 늘리고, 상습적으로 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속한 배달업체에 대해서는 업주가 관리 감독을 게을리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또 버스와 택시 등의 블랙박스를 이용한 위법 행위 공익 신고도 활성화하고 배달종사자에 대한 면허·안전모 보유 확인 등 사업주·중개업자의 관리 책임도 강화한다. 안전교육과 이륜차 안전모 보급도 확대한다.
아울러 선제 도로 인프라 관리를 위해 교량·터널 등 구조물별 유지 관리 기준을 포함한 제1차 구조물 관리계획(2021∼2025년)을 수립하고, 고속도로 졸음쉼터, 화물차 라운지 등을 꾸준히 늘려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예방할 계획이다.
지난 2월 48명의 사상자를 낸 남원 사매2터널 차량 화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터널 등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은 비와 눈 등의 악천후 때 운전자가 속도를 20∼50% 줄이도록 가변형 속도표지 등을 설치한다.
올해 6월경 방재지침을 개정해 신규 터널에는 제연설비와 진입차단설비 등 터널 안전설비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터널 중 대피 시설이 미흡하거나 위험 차량의 운행이 많은 터널 114곳가량을 중심으로 방재 설비를 보강할 예정이다.
김채규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지역 교통안전 협의체'를 활성화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올해에는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0) 도시가 3개 이상 나올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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