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투' 아시아 의료진의 수난…차별·테러·성희롱

입력 2020-04-09 17:38  

'코로나19와 사투' 아시아 의료진의 수난…차별·테러·성희롱
"마스크 등 보호장구 부족"…인니·필리핀 의사 32명 이상 사망
돌팔매질·표백제 테러·폭행 수난…"이웃 반대로 집에도 못가"

(아시아 종합=연합뉴스)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는 의료진이 잇따르면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마스크 등 보호장구 부족으로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 대한 차별과 폭행, 테러도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지금까지 의사 152명과 간호사 63명을 포함해 의료진 25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최소 12명의 의사가 목숨을 잃었다. 현지 의료진은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장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필리핀 중부와 남부에서 출퇴근하는 간호사 2명이 괴한들로부터 표백제와 염소 공격을 당했다. 일부 의료진은 감염을 우려한 이웃 때문에 주거지에서 쫓겨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보건부는 9일 코로나19에 206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4천7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21명이 추가로 숨져 누적 사망자는 203명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매일 200명의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인도네시아의 의사협회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숨진 의사가 2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간호사협회는 "의료진의 보호장비 가용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방역복 5만 세트 기부를 약속하고 9일 1차로 1만벌을 전달했다.
파키스탄 의료진은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장구 부족 사태를 참다못해 지난 6일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현지 경찰이 휘두르는 막대와 소총 개머리판에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진 60여명이 구금됐다가 다음 날 밤 풀려났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천200명을 넘어선 파키스탄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의료진을 위한 격리 시설조차 없는 실정이다.

누적 확진자가 5천700명을 초과한 인도에서도 의사들이 의료용 보호장구 대신 비옷이나 오토바이 헬멧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한 이웃들의 반대로 귀가하지 못하는 의료진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에 격리된 환자가 알몸으로 활보하며 여의사를 희롱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7일 현재 누적 확진자 2천258명의 3.5%인 80명이 의료진이었다. 이 가운데 50명은 응급실이나 치과, 수술실 등 병원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18명은 지역 사회 감염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은 나머지 12명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최소 8명의 의료 및 보건 관계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에서는 보름 전에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40대 남성이 9일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신규 확진자도 나와 누적 확진자가 118명으로 늘었다.
(방콕 김남권 하노이 민영규 뉴델리 김영현 자카르타 성혜미 특파원)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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