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 고의 축소·정보 은폐하면서 위기 협박"
총리공관 앞 규탄 집회…"아베 정권 즉각 퇴진 요구한다"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사태 선언을 빌미로 헌법 개정 의지를 재차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규탄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아베 정권 규탄 집회를 갖고 '긴급사태 선언에 이의 있고, 개헌 이용 터무니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집회에는 '헌법을 구하는 여성 네트워크', '시민헌법조사회', '용서하지마!헌법개악·시민 연락회' 등 8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자는 약 160명이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그동안 일본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책이 낙후한 것은 정치적 이유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중일 정상회담 및 도쿄올림픽 준비 등으로 감염증 대책이 대폭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검사를 고의로 축소하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은폐한 채, 공연히 '위기 협박'을 하고, 긴급사태 선언에 협조를 강요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게다가 이 시기에 긴급사태 대책을 빌미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한 개헌 책동을 하는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 발언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 긴급사태 선포를 보고하면서 긴급 시기에 대응하기 위한 헌법 개정 논의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국가와 국민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국난을 극복해야 하는가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무겁고 중요한 과제"라며 "감염증 대응도 근거로 하면서 국회 헌법심사회의 장에서 여야의 틀을 초월한 활발한 (개헌)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개헌을 언급한 것은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안에 포함된 긴급사태 조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가 2018년 3월 내놓은 개헌안을 보면, 지진 등 대규모 재해가 발생해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칠 여유가 없는 경우 내각이 법률과 사실상 비슷한 효력을 가진 '정령'(政令)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사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는 코로나 대책으로 시민들이 무언가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정치에 반대하고, 아베 정권의 책임을 규탄하며 아베 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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