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도마뱀 등과 발달단계 비슷…2억5천만년간 큰 변화 없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약 2억년 전 공룡 알 속 배아(embryos)의 두개골이 3차원(3D) 영상으로 복원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연구팀은 유럽싱크로트론방사선시설(ESRF)의 비파괴 싱크로트론 스캔 기술을 활용해 공룡 배아 화석의 두개골을 복원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를 통해 발표했다.
ESRF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공룡 배아 화석은 지난 1976년 남아공 프리 스테이트의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에서 발굴된 공룡 마소스폰딜루스(Massospondylus)의 알 둥지에서 발견됐다.
마소스폰딜루스는 몸길이가 약 5m에 달하는 초식공룡으로 남아공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공룡 종이다. 특히 골든 게이트 공원에서는 첫 알둥지 화석 발굴 이후 10건 이상이 추가로 발굴돼 마소스폰딜루스의 부화지로 추정돼 왔다. 알 둥지 화석에서는 많게는 알이 34개나 발견됐다.
알 속의 배아 화석은 뼈가 완전히 골화(骨化)되기 전으로, 밀도가 주변을 둘러싼 물질과 분간하기 어려워 연구 성과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배아 화석을 프랑스 그르노블의 ESRF로 가져가 844m 원형궤도에서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얻는 고출력 X선으로 투시하고 이를 자료로 배아 두개골의 3D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공룡 알 속 배아들이 공룡의 현존하는 사촌 격인 악어나 닭, 거북, 도마뱀 등의 배아와 유사한 발달 순서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공룡 배아 두개골의 뼈를 비교해 이들이 알에서 깨어나기 직전 단계에서 화석이 됐을 것이라는 기존 추정과 달리 60% 정도의 발달 단계에 있었다는 새로운 결론을 얻었다.
이와함께 공룡의 배아가 두 종류의 이빨을 갖는 것도 확인됐다. 알 속에 있을 때 0.4~0.7㎜ 너비의 삼각형 모양 이빨을 갖고 있다가 부화하기 전 사라지고 성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이빨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마뱀이나 악어 등이 배(胚)의 주둥이에 돌기 모양의 난치(卵齒)를 갖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마소스폰딜루스 배아가 알에서 파충류와 비슷한 발달 단계를 보였으며, 이는 지난 2억년간 파충류의 배아 발달단계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논문 공동저자인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의 요나 코이니어 교수는 "2억5천만년 이상된 파충류 진화 과정에서 배아단계 두개골 발달 방식이 거의 똑같게 유지된 것은 놀라운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활용한 연구방식을 이용해 마소스폰딜루스 이외에 다른 공룡 배아의 발달 단계도 분석해볼 계획이다.
이와함께 마소스폰딜루스 배아의 두개골 외 다른 뼈 구조도 공룡 근연종과 발달단계를 공유하는지에 관해서도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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