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한은 직접지원 한계…정부보증 받는 연준 방식 효과적"
국회동의 과정 쉽지 않아…"한은, 권한 범위서 더 적극 나서야"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사한 방식의 회사채 매입이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한은의 후속 유동성 대책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연준 방식으로 대규모 회사채 매입 기구를 설립하기 위해선 국회 동의와 정부의 보증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결국 이 총재의 발언은 정부와 국회의 협조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하겠냐는 물음에 "미 연준이 그랬듯 SPV를 정부 지급보증 아래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크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은 기본적으로 한계와 제약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연준처럼 정부와 협의해서, 정부의 신용보강을 통해서 시장안정에 대처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의 불안은 어느 정도 진정됐지만, 앞으로 금융불안 사태가 재연될 경우 한국도 미국과 같은 긴급대응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자주 미 연준의 조치를 거론하면서 (한은과) 비교를 하는데, 미 연준의 조치도 어느 것 하나 중앙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게 없다"고도 했다.
한은이 미온적이라고 비판만 하지 말고, 연준의 대책이 나올 수 있었던 토양을 살펴봐 달라는 일종의 촉구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 대응을 위해 회사채매입기구(PMCCF·SMCCF)와 CP매입기구(CPFF) 등 총 5개의 긴급 유동성 공급기구를 만들었다.
미국은 재무부 장관의 승인만으로 외환안정기금이 회사채 매입기구의 신용보강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려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의 의회 통과로 재무부가 4천540억달러의 보증 재원을 새로 마련하자 연준은 2조3천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행법상 한은이 직접 회사채를 매입할 수 없으니 특수목적법인을 만들든 한은법을 개정하든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회 통과에) 시일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이 총재 입장에선 일단 논의가 되길 바라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야권이 반대하거나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연준 방식의 대책 도입이 필요한지 판단과는 별개로 한은이 권한 범위에서 더욱 선제적으로 위기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중앙은행이 기반하는 법은 한국과 미국이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국회 동의를 얻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시장을 안정화하는 방법을 연준처럼 선제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국채 매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만 여건이 크게 나빠질 경우 회사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매입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이 경우 특정 산업,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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