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조치에 전세계 곳곳서 강력범죄 감소

입력 2020-04-12 01:08  

코로나19 봉쇄조치에 전세계 곳곳서 강력범죄 감소
남미 일부 국가서 살인·강도 급감…자택대피령·통행금지 영향 받은 듯
제한조치 지속시 범죄 증가 가능성…가정폭력 증가도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일부 국가에서 강력범죄가 크게 줄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완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자택대피령이나 통행금지 등 봉쇄조치가 가해지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외부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치안 상황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살인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남미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3월 살인 발생 건수가 65건으로 2월 114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살인 사건이 아예 없는 날도 4일이나 됐다.
엘살바도르는 다른 남미국가보다 일찍 국경을 봉쇄했고, 지난달 22일부터는 자택대피령과 함께 허가 없이 외출할 경우 격리센터로 보내는 조처를 하고 있다.
3월 중순 자택대피령을 내린 아르헨티나는 일평균 강도 건수가 30건으로 이전 225건에 비해 90% 가까이 감소했다. 현지 경찰은 NYT에 강력한 통제가 불법행위를 할 의욕을 꺾고 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역시 지난달 20일 전국적 격리 조치 이후 범죄 신고가 급감했다. 3월 20~25일 살인 신고는 전년 같은 기간 206건에서 91건으로 줄었고, 폭행은 2천46건에서 283건, 강도는 5천45건에서 486건으로 감소했다.
페루의 지난달 범죄는 84% 줄었다고 한다.
미국의 일부 주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폭력이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의 경우 자택대피령이 내려진 이후 마약 관련 체포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급감했다. 범죄 건수 자체도 10%가량 감소했다.
뉴욕도 지난달 살인, 강도 등 주요 범죄가 2월보다 12% 줄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봉쇄조치 첫 주 동안 1년 전과 비교해 심각한 폭행 사건은 2천673건에서 456건, 살인은 326건에서 94건으로 각각 감소했다.

그러나 국가별 차이도 보인다. 한 달가량 봉쇄조치가 이뤄진 베네수엘라는 살인과 다른 폭력범죄가 줄었지만 정부 보안군이 사법 절차 없이 행한 살인이 급증했다는 감시단체의 보고가 있었다.
3월말에야 자발적 자택대피령을 내린 멕시코는 3월 한 달간 살인이 2천585건으로 월별로 가장 많은 달 중 하나였다.
더욱이 제한 조치가 오래될수록 특정 범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의 경우 빈곤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억제조치가 4월 이후에도 지속한다면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해 약탈과 같은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경폐쇄로 마약 거래상의 공급망이 차단된 브라질의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지급기나 현금수송 장갑차 강도 행위가 이미 증가했다.
시카고 갱단 일원이었다가 지금은 갈등 중재자로 일하는 로드니 필립스는 마약 관련 체포가 줄었지만 판매는 계속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지금 온라인으로 더 많이 구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정 폭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
미국 휴스턴 경찰서장은 이 도시의 폭행 사건이 최근 3주간 10% 늘었는데 절반가량은 가정폭력이라고 밝혔다.
AP는 당국자들이 신고되지 않은 가정 폭력의 급증과 함께 규제 조치가 풀리거나 너무 오래 계속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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