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직자 "사람이 묻힐 권리 빼앗아서는 안 돼"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매장을 거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2일(현지시간) 알아흐람, 이집션스트리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집트 동북부 다칼리야주(州)의 마을 '슈브라 알바흐'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숨진 64세 여성 의사의 시신 매장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그녀의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이 마을의 한 공동묘지에 진입하려고 했을 때 주민들에 의해 저지됐다.
주민들은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마을에 묻히면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집트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시위 참가자 중 23명을 체포했다.
시신 매장은 그녀의 고향인 다칼리야주의 '메이 알아말'이라는 마을에서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그녀의 시신은 남편 고향에서 당국의 엄격한 보안 조치 아래 묻힐 수 있었다.
숨진 의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한 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집트 이스마일리야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최근 이집트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매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종교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성직자(그랜드 무프티) 샤우키 알람은 이날 "누구든 사람이 신성하게 묻힐 권리를 빼앗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감염자를 괴롭히는 것은 종교적으로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절차를 방해하고 폭력을 선동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슈브라 알바흐 주민들의 시위가 이슬람 운동단체 무슬림형제단이 인터넷에 게시한 글과 소문으로 촉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집트 정부는 2013년 12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이집트에서는 야간 통행금지 등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크게 늘었다.
이집트 보건부는 11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천939명으로 전날보다 145명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 사이 11명 늘면서 146명으로 집계됐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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