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한다는 장 미생물, 발암 위험 높일 수도 있다"

입력 2020-04-13 14:57  

"암 억제한다는 장 미생물, 발암 위험 높일 수도 있다"
T세포 과잉 자극해 암 공격력 저하하는 세균 집단 확인
미 미시간대 연구진, 저널 '셀 리포츠'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장(腸)의 미생물계가 균형을 잃으면 암의 발생과 진행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건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소화관에 있는 세균 종에 따라 대장암에 미치는 영향과 작용 메커니즘이 어떻게 다른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 연구진이 이런 메커니즘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일부 유형의 장 세균은 CD8+ T세포 등 특정 면역세포를 지나치게 자극해, 오히려 장의 염증과 암 종양 형성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세균의 과도한 자극이 T세포를 기진맥진하게 만들어, 정작 필요한 암 공격 능력은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원래 T세포는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해야 정상이다.
미시간대 의대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하고, 별개의 논문 개요도 1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이 대학 암센터의 그레이스 천 혈액학·종양학 부교수는 "장 세균이 암에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특히 연구자들은 T세포 고갈을 촉진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팀은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생쥐 실험에서, 똑같은 소화관 염증 촉진 인자나 발암 물질에 노출돼도 대장암 발생과 진행 양상은 크게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첫 번째 그룹에선 평균 5개의 종양이 형성됐지만, 두 번째 그룹에선 15개가 생겼고 염증 반응도 훨씬 더 심했다.
분변에 섞인 세균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장의 미생물군을 구성하는 세균 종이 서로 뚜렷하게 달랐다.
양쪽 그룹의 생쥐에서 채취한 분변을 무균 환경에서 기른, 유전적으로 동일한 생쥐들한테 이식한 결과, 두 번째 그룹의 분변을 받은 생쥐가 대장암에 훨씬 더 취약했다.
연구팀은 이런 실험을 반복한 끝에 암을 촉진할 수도 있고, 억제할 수도 있는 9개의 상이한 세균 집단을 분류해냈다.
둘째 그룹 생쥐의 장에는 첫째 그룹보다 T세포가 더 많았고, CD8+ 유형의 T세포는 더욱더 많았다.
CD8(세포표면 항원무리 8)은 T세포 수용체의 공동수용체 기능을 하는 당단백질이다. CD8이 세포 표면에 발현한 세포 독성 T세포를 따로 CD8+ T세포라고 한다.
T세포가 더 많은데도 암 종양이 더 많이 생긴다는 건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특정 세균 집단이 과잉 자극으로 T세포의 힘을 빼면, T세포의 암세포 공격력도 약해질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두 번째 그룹 생쥐의 분변을, CD8+ T세포가 결핍되게 조작한 생쥐에 이식했더니, CD8+ T세포가 있을 때보다 암 종양이 덜 생겼다.
특정 유형의 세균이 존재하면 T세포가 도리어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걸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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