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심병원 방문하거나 전화·대리처방 이용하면 도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만성질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서 건강이 악화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로 진료를 미루는 경우가 빈번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는 A(64)씨는 기존에 먹던 약이 떨어졌지만 며칠째 병원에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A씨는 "밖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주변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따갑다"며 "병원에 가도 혹시 다른 감염병에 걸릴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인 B(58)씨 역시 예정됐던 병원 진료를 몇주째 미루고 있다. B씨는 "코로나19가 금방 끝날 줄 알고 진료를 미뤘는데 이제 슬슬 걱정된다"며 "평소 혈압관리를 잘 해와서 잠시 약 복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만성질환자나 진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진료를 미루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먹던 약이 떨어져 약 복용을 중단하면 평소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호흡기질환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횟수를 줄이면 호흡곤란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심윤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금방 종료될 줄 알고 병원 방문을 잠시 미뤘다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며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의사의 지시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복용 횟수를 감량하면 폐 기능이 저하되고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병을 키우기보다는 일반환자와 호흡기환자를 따로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이용하거나 '전화상담·처방', '대리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 2월 의사가 전화로 상담과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단 전화상담·처방과 대리처방은 과거 병원 진료기록이 있는 만성질환자나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정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자여서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면 기존에 다녔던 병원에서 전화로 상담을 받고, 가족을 약국에 보내 약을 타오면 된다"며 "병원 진료를 무조건 미룰 게 아니라 전화상담이나 대리처방 등 대안을 잘 활용해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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