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막는 점막 상피세포,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냈다"

입력 2020-04-14 15:37  

"세균 막는 점막 상피세포,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냈다"
대식세포 분비 저분자 물질, 세포 표면 콜레스테롤 줄여
미 텍사스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체의 장과 폐 등을 덮고 있는 점막은 전신감염을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체 면역계가 어떻게 점막 상피세포의 감염원 방어력을 강화하는지는 지금까지 분명하지 않았다.
마침내 미국 텍사스대 과학자들이 이 세균 방어 메커니즘의 작용 원리를 알아냈다.
점막 상피세포의 항균 능력을 강화하는 건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였다. 대식세포는 이런 작용을 하는 저분자 물질을 분비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의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도 확인했다. 새 약제 개발의 전망이 밝다는 의미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SW))의 닐 M. 알토 미생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14일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발표했다.
알토 교수팀이 대식세포를 주목한 건, 점막 상피세포 주변에서 많이 관찰되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실험 접시에 활성 대식세포와 함께 상피세포를 배양한 뒤 리스테리아균(L. monocytogene)을 넣었더니, 대식세포 없이 배양한 상피세포보다 훨씬 더 강한 세균 저항력을 보였다.
연구팀은 대식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관찰하다가 리스테리아균이 나타났을 때 높게 활성화하는 콜레스테롤 수산화 효소(CH25H)를 발견했다.
이 효소의 작용으로 생성되는 저분자 물질이 점막의 세균 감염을 차단하는 열쇠가 됐다.
CH25H는 물과 잘 섞이지 않는 콜레스테롤을, 물과 어느 정도 섞이는 콜레스테롤(25HC)로 바꾼다. 이처럼 물과 섞이는 25HC의 성질은 세포의 핵심 지질인 콜레스테롤 수위를 조절하는 데 이용된다.
25HC는 콜레스테롤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활동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세포 안에 저장되는 형태로 전환하는 효소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연구팀이 25HC를 점막 조직에 투여하자, 접근 가능한 세포 표면 콜레스테롤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고갈시켰다. 세포 표면에서 다른 지질과 결합해 있는 콜레스테롤은 접근하기 어렵다.
알토 교수의 연구를 도운 아룬 나다크리쉬난 분자유전학 조교수는 "투여 한 시간 만에 접근 가능한 형태의 콜레스테롤이 많이 줄었고, 네 시간 후엔 완전히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상피세포 표면에서 접근 가능 콜레스테롤이 감소해야, 상피 조직을 리스테리아균으로부터 보호하고 세포의 세균 방어 체계도 지탱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이 메커니즘의 작용 경로에서 약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이 신종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알토 교수는 "이 경로를 더 깊이 연구하면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해 병원체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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