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 정교회 부활절 앞 문단속…"교회 가는 것도 안 돼"

입력 2020-04-15 00:31  

그리스 정부 정교회 부활절 앞 문단속…"교회 가는 것도 안 돼"
미초타키스 총리 "승리와 패배는 실 한 줄 차이…방심 말아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정부가 정교회 최대 축일인 부활절(4월 19일)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경계경보'를 내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13일(현지시간) TV로 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부활절에 집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는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줬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면서도 "아직 전쟁에서 이긴 게 아닌 만큼 방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활절 기간 교회도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 줄 것을 강한 톤으로 당부했다. 승리와 패배는 가는 실 한 줄의 차이로 나뉠 수 있다며 자칫 방심하면 지금까지의 방역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부활절은 기독교 3대 교단 가운데 하나인 동방정교회에서도 최대 축일로 꼽힌다. 교회력이 달라 로마가톨릭의 부활절보다 일주일 늦다.



그리스정교 인구 비중이 98%인 그리스에선 많은 사람이 종려 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부터 부활절까지 일주일 사이 가족을 만나러 이동하거나 교회를 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이 코로나19 확산에 다시 불을 붙이지 않을까 정부는 우려한다.
그리스는 지난달 23일부터 출·퇴근이나 식료품·의약품 구매 등의 사유 외 외출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 조처는 오는 27일까지 유효하다. 이를 어기면 무거운 벌금을 물거나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현재 그리스의 누적 확진자 수는 2천145명이며 이 가운데 99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편, 미초타키스 총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심각한 수준의 경기 침체가 예상되나 내년에는 강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하고자 140억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며, 이와 별도로 유럽연합(EU) 구제 펀드를 통해 100억유로를 지원받아 일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통해 올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실업률도 22.3%로 유럽 역내에서 가장 나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0년 금융위기의 늪에 빠진 그리스는 IMF 등으로부터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서 간신히 회생의 길로 들어섰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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