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급' 말라리아약, 코로나19 중환자에겐 효과 없어"

입력 2020-04-16 13:20  

"'트럼프 언급' 말라리아약, 코로나19 중환자에겐 효과 없어"
프랑스 연구진 "사망확률 등 못 낮춰"…일부 연구에선 "효과 있다" 주장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신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말라리아 치료제가 중환자에겐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파리동(東)대학 등 프랑스 12개 병원·연구소 연구진은 프랑스 4개 병원 환자 181명의 진료기록을 토대로 한 연구 결과를 의학논문 사전발표 플랫폼(medRxiv)에 공개했다.
이들은 피어리뷰를 거치지 않은 해당 논문에서 성별·연령·건강 상태 등이 비슷하며 코로나19 감염으로 폐에 산소 공급이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 예방·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연구했다.
이번 연구는 증상이 가벼워 치료 없이도 회복 가능성이 큰 환자를 상대로 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더 대표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 주장이다.
SCMP는 해당약물 복용과 관련한 가장 광범위한 연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환자 중 20.5%는 일주일 내에 병세가 악화해 집중치료병동에 입원하거나 사망했다. 복용하지 않은 환자 중 이런 비율은 22.1%였는데, 통계적으로 두 집단 간 차이가 없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입원 후 일주일째에 집중치료병동 입원이나 사망 확률을 낮추지 못했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에 대한 해당 약물 사용 근거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시 급성 심장사 등 광범위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복용환자의 10% 정도가 심장박동 이상으로 약 4일 만에 약을 끊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하는 프랑스 의약품의료기기안전청(ANSM)도 지난달 말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코로나19에 쓰이는 일부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연구진은 앞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잠재적인 코로나19 치료제를 찾은 결과 클로로퀸과 그 파생 약품들이 화학 구조상 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망하다고 밝히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클로로퀸과 Z-Pak(항생제 에리스로마이신) 결합은 매우 좋아 보인다"면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효과가 있다면 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지난달 임상시험 없이 코로나19 환자에게 해당 약물을 쓸 수 있도록 긴급 승인했고, 프랑스와 중국의 일부 연구진은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봤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중국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14일 관영매체 인터뷰에서 클로로퀸 계열의 또 다른 약물인 인산클로로퀸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 원사는 "인산클로로퀸을 쓴 환자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데는 평균 4일이 걸린 반면 약을 쓰지 않은 대조군은 8∼9일이 걸렸다"면서 "증상이 매우 확실히 개선됐다.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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