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필수 활동' 중단 지침에 코로나 맥주 등 생산 중지
소상공인연합 "무더운 날씨 격리 생활 버티는데 맥주가 필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맥주 제조업은 필수업종일까 아닐까?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는 멕시코에서 맥주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맥주 제조업을 필수업종으로 보고 코로나19 격리 조치와 무관하게 조업을 이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비필수업종으로 보고 당분간 공장을 멈춰야 하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공공과 민간의 '비필수' 활동을 멈추도록 했다.
'비필수'의 정의는 다소 모호했다. 금융, 식음료, 운송, 에너지 등이 필수업종으로 나열됐는데 세부 적용을 두고는 지방정부마다 지침이 다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멕시코 대표 맥주이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맥주인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는 그루포 모델로가 지난 2일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그루포 모델로는 비필수 활동을 중단하라는 멕시코 정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테카테, 도스 에키스 등의 맥주를 생산하는 하이네켄의 멕시코 자회사 역시 조업 중단 방침을 밝혔다.
멕시코 내 일부 지역에선 주류 판매 금지령도 내려지면서 곳곳에서 맥주 사재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6일 멕시코 농업부는 맥주업체들에 생산 재개를 권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정부가 맥주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보건부가 나서서 반박했다.
멕시코 내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우고 로페스가텔 보건차관은 "필수업종에 맥주 생산과 유통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농업부도 곧바로 맥주 생산 재개를 허가하는 것이 아니고, 농가로부터 맥주보리를 계속 구매하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맥주 제조가 필수업종이 아니라는 정부의 분명한 유권 해석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멕시코의 국가소상공인연합(ANPEC)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맥주가 격리 생활에 꼭 필요하다며, 맥주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에 따르면 ANPEC은 성명을 내고 "사회적 격리의 시기에, 그리고 견디기 힘든 무더위 속에서 맥주의 수요는 더 분명하다"며 "맥주는 집에서 머무는 일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 좁은 집에서 여럿이 갇혀 지낼 때 시원한 맥주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격리가 본격화한 이후 맥주 판매가 증가했다고 ANPEC은 주장했다.
주요 맥주들의 생산 중단 방침 이후 소셜미디어에도 맥주 없는 격리 생활에 대한 아우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맥주 양조장은 멈췄지만 멕시코의 또 다른 대표 술 테킬라 생산은 멈추지 않았다.
푸블리메트로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테킬라 업계는 위생 조치를 강화한 채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테킬라의 경우 원료 식물 아가베 수확 작업이 필수업종인 농업에 해당하며, 수출 비중이 80%를 넘어 필수활동 정의 중 하나인 "계약 미이행시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발생하는 활동"에 해당한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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