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로 직접 망막세포 만들었다"

입력 2020-04-17 09:08  

"피부세포로 직접 망막세포 만들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미국 국립 안연구소(NEI: National Eye Institute)가 피부세포를 직접 망막의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로 분화시켜 눈먼 생쥐에 이식, 시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망막은 색감을 감지하는 원추세포(cone cell)와 명암을 감지하는 간상세포(rod cell)로 구성된다. 원추세포는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란색을 구분하는 3가지 광수용체(photoreceptor) 단백질을 세포막에 발현하고 간상세포는 명암을 구분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을 만든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망막세포의 광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먼저 피부세포나 혈액세포를 원시세포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로 환원시킨 다음 다시 iPS를 망막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을 밟았다.
미국 NEI 신경생물학-신경퇴행-수리 실험실(Neurobiology, Neurodegeneration and Repair Laboratory)의 애넌드 스와루프 박사 연구팀은 피부세포를 iPS로 되돌리는 절차 없이 피부세포를 곧바로 망막의 간상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6일 보도했다.
종래의 방법으로 이식용 망막세포를 만들려면 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10일이면 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인간의 피부세포와 생쥐의 피부세포를 모두 망막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 성공은 노인성 황반변성과 망막의 광수용체 상실로 발생하는 다른 망막질환의 치료법 개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망막 간상세포의 분자 경로를 화학적으로 이루어내는 5가지 소분자 물질의 칵테일에 피부세포를 넣어 배양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간상세포 광수용체는 모양과 기능이 자연 간상세포의 광수용체와 같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링(gene expression profiling)으로 이 새 간상세포의 유전자 발현이 광수용체 단백질을 발현하는 자연 간상세포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새 간상세포를 망막 변성(retinal degeneration) 생쥐의 눈에 이식하고 광수용체의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동공반사(pupillary reflex) 실험을 진행했다.
희미한 불빛에서는 간상세포의 광수용체에 의해 동공이 수축된다. 새로운 간상세포가 이식된 생쥐 14마리 중 6마리(43%)가 이식 1개월 후 약한 불빛에서 동공이 수축되는 반응을 보였다. 새 간상세포가 이식되지 않은 다른 망막 손상 생쥐들은 한 마리도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식 3개월 후 새 간상세포의 광수용체가 여전히 살아있고 망막 내층(inner retina)의 신경세포와의 시냅스 연결(synaptic connection)도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연구팀은 면역 형광법(immunofluorescence)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NEI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산하기관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4월 15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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