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NG 등 주요 마약조직들도 지역 주민에게 음식 등 나눠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에서 수감 중인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얼굴이 새겨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구호물품이 멕시코 주민들에게 지급됐다.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에 따르면 의류 브랜드 '엘차포 701'을 운영하는 구스만의 딸 알레한드리아 구스만이 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진 박스에 각종 구호물품을 넣는 영상과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화장지와 설탕, 기름, 콩, 과자 등이 담긴 상자들은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빈곤 주민들에게 배포됐다.
사진 속에서 구호품을 나눠주는 사람들은 역시 구스만의 얼굴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구스만은 멕시코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이끌던 악명 높은 마약상으로, 두 차례 탈옥 끝에 현재 미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알레한드리아의 브랜드 '엘차포 701'은 구스만이 2009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701위에 오른 것에서 이름을 땄으며, 의류와 액세서리, 주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엘차포 구호품'은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서 나눠준 것이지만, 마약밀매 조직들이 직접 주민들에게 조직의 이름으로 구호물품을 배포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로스 세타스, 엘골포 등 멕시코의 '내로라하는' 마약 조직들이 앞다퉈 근거지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경쟁 조직과 공권력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로 악명이 높은 CJNG가 나눠준 구호품 상자엔 "당신의 친구 CJNG로부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이전에도 홍수 등 재해가 닥쳤을 때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등에 주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환심 사기에 나서곤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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