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위 "북, 핵·미사일 개선 지속…제재 위반"

입력 2020-04-18 05:14  

유엔 대북제재위 "북, 핵·미사일 개선 지속…제재 위반"
대북제재 연례보고서…"경수로 건설 지속, 평상 우라늄공장 계속 가동"
"미사일 자주적 생산·MRBM·ICBM 증강…신포반도에 잠수함 지하대피소 건설중"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북한이 지난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선을 지속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고 유엔이 평가했다.
북한이 2017년 말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있지만 핵 관련 시설의 건설과 유지 활동,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지속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외신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이 자체 조사와 회원국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2019년 한 해 동안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 및 위반 여부를 다루고 있다.
대북제재위는 우선 북한의 핵 활동과 관련, 북한 영변의 경수로 건설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고 수개의 유엔 회원국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영변 경수로 주변에서의 건물 신축 작업과 구룡강 준설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한 유엔 회원국을 인용, 평산의 우라늄 공장도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함께 핵연료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다만 영변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는 2018년 말 이후 어떤 가동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기간(2018년 말 이후)이면 핵연료봉 인출과 재장전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지만 핵연료봉 인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의 증기 플랜트에서의 활동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위는 이와 관련, 2018년 하반기 이후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한 가장 긴 '휴지'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컨테이너의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구체적인 용도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영변 5MW 원자로 주변에 있는 건물 한동에 대한 해체 활동이 위성에 포착됐고, 북한이 폐기했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활동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0일 상업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곳곳에 사람과 차량이 이동한 흔적이 관측되지만, 실험장을 재가동하려는 징후는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능력 향상과 인프라 개발이 지속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5월 4일과 11월 28일 사이에 13차례에 걸쳐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해 최소 25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다양성 및 일관성으로 특징된다면서 2015~2017년을 주요 이정표로 했던 다년간 계획을 발판으로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이 이에 따라 현재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차세대 SLBM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유도기술을 결합한 여러 종류의 새로운 고체연료 단거리 미사일들을 생산, 발사하는 '자주적인'(autonomous)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 새로운 무기 시스템의 작전 효율성과 미사일 유형 및 발사대의 다양성 증가, 2017년까지 시험 발사를 지속했던 MRBM과 ICBM의 증강 등을 통해 미사일 프로그램의 산업적, 작전적 역동성(dynamics)을 개선했다고 대북제재위는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7월 23일 북한이 잠재적으로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신포-C)을 신포 조선소에서 건설 중인 것을 공개했다면서 "이는 탄도미사일의 주요 다변화를 완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신포 조선소의 새 잠수함 건조장은 2~3기의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신포조선소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잠진 태성 기계공장, 고체연료 추진체 생산시설인 흥남 제17 공장,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공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진전이 관찰됐으며, 북한의 여러 탄도미사일 기지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이 관찰되고 있다는 유엔 회원국들의 보고가 있었다면서 북한이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과 병행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인프라와 생산능력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시험 발사한 ICBM급 '화성-15형'을 제조했던 평성 '3월16일 공장'에서는 지난해 12월 현재 새로운 건물이 거의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잠진 태성 기계공장은 수직 엔진 시험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대북제재위는 시험대 주변에서 2개의 건물이 해체되고 3개의 건물의 신축이 거의 완료됐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 신포반도 일대에는 신형 잠수함 훈련장일 가능성이 있는 건설공사가 201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12월 거의 마무리 됐으며, 미래 잠수함 지하 대피소 건설이 진행 중이지만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마양도 잠수함 기지에서는 2018년 6월 SLBM용 실린더 또는 컨테이너로 보이는 물체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7일과 13일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대북제재위는 서해위성발사장의 수직 엔진 시험장 개선 이후에 이뤄진 미사일 엔진 실험이라면서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ICBM 엔진 시험이거나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엔진을 점검한 시험일 수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이 무기 시스템 개발·개선을 위해 외부에서의 기술 확보를 추구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관련 기술과 재래식 무기, 대량살상무기(WMD)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을 위한 품목 등의 외부 확산 원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관련 '청사진'(blueprint)을 외부로 이전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이 포(砲) 로켓시스템 개선과 관련한 서비스 제공에서 여전히 매우 활발하다는 보고를 해왔다고 전했다.
대북제재위는 북한이 '청사진'과 데이터뿐만 아니라 군수 물자 판매를 위한 기회를 지속해서 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해 SRBM 시험발사에 이용한 이동식발사대(TEL)가 사막용 색깔 등으로 치장된 것도 마케팅용 목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는 유엔 회원국을 인용, 북한이 수량과 질적인 측면에서 티타늄을 함유한 특수물질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필요한 특수강과 알루미늄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체연료 미사일 엔진은 제조 약 10년 후에는 균열 현상 등 재료들이 약화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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