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감염검사로 방역정책 전환…완전 봉쇄 뒤 공격적 검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9일(현지시간) 기준 9천362명으로 한 주 만에 2.1배로 급증했다.
이 기간 중동 지역에서 확진자 증가폭은 오만(2.1배)과 함께 가장 높고, 중동 전체(1.3배)와 비교해도 증가세가 월등히 빠르다.
특히 최근 사우디의 일일 확진자 증가율은 매일 10%를 넘을 만큼 두드러졌다.
18일과 19일은 일일 확진자 증가수가 1천명을 넘었고, 전날 대비 증가율도 각각 16%, 13%를 기록했다.
중동(터키 제외) 지역에서 사우디의 누적 확진자 수는 이란과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다.
이와 관련, 타우피크 알라비아 사우디 보건부 장관은 19일 "지난주 일일 확진자 증가수는 약 500명이었지만 17일부터 적극적으로 대량 검사를 시작했다"라며 "그 결과 18, 19일 하루에 1천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이 집중된) 주거 지역을 찾아가고, 집을 직접 방문해 검사하는 선제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입원 환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사도 늘렸다"라고 덧붙였다.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국처럼 보건 당국이 공격적으로 검사하는 방식으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 셈이다.
그 결과 대규모 검사를 시작한 17일 신규 확진자 762명 가운데 절반, 18일 1천132명 가운데 65%가 '선제적 검사'를 통해 발견됐다고 보건부는 집계했다.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의 확진자 대부분은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하는 집단 숙소에서 확인됐다.
사우디 국왕은 외국인이라도 사우디에 거주하면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이들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가 능동적으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가 대규모 검사로 방역 정책을 바꿨지만 봉쇄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난다.
사우디는 이웃 중동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자 국경과 항공편, 외국인 입국을 일찌감치 봉쇄했다.
다른 중동 국가에서 첫 발병자가 2월 중·하순께 나왔지만 사우디는 이보다 늦은 3월 2일 첫 감염자가 보고됐다.
그러나 이란 등 코로나19 다발 국가에서 귀국한 자국민과 이들에 의한 2차 이상 감염, 국내 거주 외국인 숙소의 집단 감염을 성공적으로 막지 못했다.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의 성지순례를 금지하고 주요 도시간 이동 금지령을 내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지난달 23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이달 6일부터는 수도 리야드, 메카 등 주요 도시에서 무기한 24시간 통행금지를 확대했다.
시민의 외출과 이동을 사실상 모두 막아놓고 공격적인 대규모 검사로 감염자를 모두 찾아내겠다는 정책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런 '완전 봉쇄 뒤 대규모 검사' 정책은 사우디뿐 아니라 인근 아랍에미리트(UAE)도 택한 방식이다. UAE도 최근 한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1.7배로 인근 중동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20일 현재 UAE의 코로나19 검사수는 76만7천건으로 인구 100만명당 약 7만8천건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검사수보다 약 7배 많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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