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감시 느슨해지자 이탈리아 마피아 세력확장

입력 2020-04-20 11:41   수정 2020-04-20 11:49

코로나19 사태에 감시 느슨해지자 이탈리아 마피아 세력확장
CNN "돈 빌려줘 부도위기 기업 장악…대중인기전략도 구사"
"강탈·마약 외에 농업·의약품·의료기기 등 합법 영역에도 관여"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2만3천여 명이 사망하는 등 국가적으로 큰 시름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대표적 폭력조직 마피아가 코로나 19 비상사태를 악용해 여러 방면에서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우선 국가봉쇄가 내려진 상황에서 이달 초 시칠리아 메시나 시가지에서 있었던 장례식 한 장면을 소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3월 초부터 장례식 회합이 금지됐지만 가장 악명높은 마피아 가문 70세 구성원의 상여 뒤로 10여쌍의 부부가 버젓이 뒤따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반(反) 마피아 위원회 클라우디오 파바 위원장은 장례식을 일컬어 그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팬데믹 속에 친지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식으로 이뤄진 마피아의 장례 절차는 권력과 면책을 의미한다고 CNN은 해석했다.
반 마피아 관리들은 마피아 계파들이 특히 남부 이탈리아에서 이미 코로나 팬데믹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곤계층에 생필품을 조달하고 파산 직전 기업에 신용을 제공하면서 경기진작 펀드에 마련된 수십억 유로를 유용하곤 한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계파 중 하나인 칼라브리아 소재 은드랑게타는 유럽 코카인 시장의 80%를 장악하는데 팬데믹으로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봉쇄조치를 곧잘 이용하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나폴리 카모라 마피아의 폭로 관련 서적을 낸 저널리스트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CNN에 "(마약) 밀거래업자들은 공항·항만에서 약해진 감시 체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피아 분파들은 코카인 밀매 외에도 합법적 경제 영역 곳곳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마피아의 전통적 수법인 강탈은 팬데믹 기간에 타격을 받겠지만 농식품 체인, 의약품 및 의료기기 공급, 육로수송 등에 여러 부문에 상당히 얽혀 있다고 프랑코 가브리엘리 이탈리아 경찰국장이 밝혔다.
그는 CNN에 "그들이 투자한 장례식장, 병원 세탁업무, 배달회사, 주유소 등은 마피아가 지난 10년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온 투자"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마피아의 현금 장악력도 코로나 사태 속에 강화된 점이다.
전문가들은 마피아가 은행 밖에서 쉽게 돈을 보낼 수 있고 은행보다 더 적은 보증을 요구한다면서 침체된 기업에 돈을 제공하면서 서서히 그 기업을 장악해나가는 것이 마피아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범죄학자 안나 세르게이는 마피아가 지역 사회들로 하여금 그들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게 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그런 위험을 알고 있다.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이 지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는 "범죄조직들이 지원을 제공하는 형태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한다"는 경고가 담겼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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