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한국교통안전공단 간부들이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이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일 한국교통안전공단 통합노동조합에 따르면 공단 기획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홍보실장, 특수검사처 부장 등은 지난달 1일 공단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의 한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
이 같은 사실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반이 지난 6∼7일 공단의 복무 점검 실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통합노조는 성명에서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과 겹쳐 재택근무자로 분류돼 방문지 등을 밝혀야 했는데, 골프를 친 사실을 은폐하고자 골프장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제공한 것이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재택근무 사유로 동선을 적는 과정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골프장과 마트 중에서 골프장은 빼고 마트만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골프 회동 참석자 중에는 공단의 코로나19 비상대응 대책 단장을 맡은 기획본부장도 포함돼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단은 1월 29일 기획본부장을 비상대응 대책 단장으로, 홍보실장을 홍보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들이 골프 회동을 한 것은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정부가 2월 23일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정부는 향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하는 중대 고비일 것으로 보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의 개학도 연기했다.
박승호 통합노조 위원장은 "이들이 국가 초비상 상황을 외면한 채 골프 회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최근 비상 국정운영 하에서 공단의 대책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일부 몰지각한 임직원의 행동이 공단 전체의 신용과 임직원 안전 관리에 치명적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1일 준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당시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던 분위기가 아니고 질병관리본부나 내부 지침에도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는 지침이 명확히 없었을 때"라며 "휴일에 친한 간부들끼리 예약해 둔 인근 골프장에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단 측은 "다만 그런 직위에 있는 분들이 골프장에 간 건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국무조정실 판단에 따라 사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공단은 이번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인 2019년도 정부경영평가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는 데에만 급급해 허술한 문제의식을 재차 드러내기도 했다.
신재용 공단 성과평가처장은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려 "(골프 회동이 있었던) 지난 3월 1일은 공휴일에다 범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 지침도 내려오기 이전으로, 이 행위 자체만으로는 지탄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통합노조에서 공단 전체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일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파해 기관의 위신추락이 심히 염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신 처장은 이어 "공단은 2018년도 정부경영평가에서 B등급 이상을 기대했으나 예기치 않은 채용비리 문제로 윤리경영 지표에서 감점을 받아 결국 단 0.1점 차이로 C등급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다"며 "우수기관 A등급을 기대하는 현재, 이 같은 내부 분란으로 또다시 좌절할 수는 없다"고 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