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전쟁범죄 수준" 강력 비판…이슬람극단주의 대테러작전 중 벌어진 듯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서부 부르키나파소의 보안군이 이달 초 비무장 상태의 구금자 31명을 약식처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인권 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작전 과정에서 벌어졌다.
처형당한 사람들은 시신에 총탄 자국이 있는 채 지난 9일 부르키나파소 북부 지보 타운에서 발견됐으며 유목민인 풀라니 부족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형 시점은 보안군에 체포된 후 차량에 실려 끌려간 직후로 보인다고 17명의 증인과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HRW에 말했다.
부르키나파소 국방부는 성명에서 장관이 지난 10일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으며 혐의가 사실로 판명될 경우 가해자들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북부 지역에서 이슬람 과격단체를 제압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들 과격주의자는 자신들을 풀라니 유목민들과 밀접하게 연관 지으면서 부족간 갈등을 부추겨왔다.
그 결과 풀라니 민간인들은 군과 자경단원들의 보복 대상이 돼 왔다고 인권단체들은 말했다.
2017년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부르키나파소에서 3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이들 무장단체 일부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됐다.
반면 정부 측은 이들 무장단체에 부역한 혐의로 수백명을 살해했다고 HRW가 전했다.
부르키나파소 관리들은 과거에도 비슷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정부 측은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인권단체들은 전했다.
HRW에서 서아프리카 사헬지역을 담당한 코린 두프카 국장은 "부르키나파소 보안군은 대테러작전 미명하에 전쟁범죄에 가까운 잔악상을 보이며 31명을 처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는 즉시 권한남용을 멈추고 인권을 존중하는 대테러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도 더욱 많은 사람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가담해 복수를 꾀하게 만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부르키나파소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도 직면해 있다. 19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581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38명이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