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건복지부 방역과장 출신…초기부터 베트남 정부와 긴밀히 협력
"사회적 거리 두기 점진적 완화 적절…팬데믹 상황이라 게임 안 끝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정부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했다. 최근 1주일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등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베트남이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는 데 방역 전문가인 박기동(57)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장의 역할도 컸다. 초기부터 베트남 정부와 정보를 교류하면서 WHO 가이드라인으로 베트남 상황에 맞는 지침을 만들기 위해 긴밀히 협조했다.
이후 매일 당국과 교류하며 필요한 정책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소장은 서울대 의대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의료관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1994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 파견되기 직전에는 복지부 방역과장이었다.
WHO 본부에서는 2009년까지 신종플루(H1N1) 위기 대응 업무를 맡아 인플루엔자 발생을 감시하고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WHO 직원으로 신분을 바꿔 2017년 8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에서 근무했다. 같은 해 9월 처음으로 국가 사무소장을 맡은 베트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박 소장이 베트남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음주 피해 예방 관리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주류 광고 시간제한, 음주 강권 금지, 공직자의 근무시간 음주 금지와 함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
관련 법은 올해 1월 시행해 베트남에서 음주나 음주 운전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의사면허 시험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잠시 보류 중이다.
박 소장은 "보건의 기본은 방역"이라며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은 베트남 정부가 하는 것이고, WHO는 당국에 자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16일부터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제한 등의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한 것에 대해 박 소장은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베트남 정부는 2개월 전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어떻게 완화할지 고민해왔다"면서 "잘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베트남만 역량을 갖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트남 보건부는 16일 이후 1주일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 확진자가 268명으로 유지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83.6%인 224명이 완치돼 퇴원했고,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