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당 500원짜리 마스크 코로나19 사태 속 2만7천원까지 치솟아
일부 업체 마스크 '매점매석'으로 마스크 유통·공급 차질 확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최악의 인명 피해를 겪은 이탈리아에서 필수 개인 보호장비인 마스크 가격이 왜 천정부지로 치솟았는지 그 배경을 짐작할 만한 검찰 조사 내용이 공개돼 시선을 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州) 도시 바리 인근에 있는 '3mC'라는 회사는 작년 9월 중국산 의료용 마스크 12만7천200장을 수입했다.
장당 순수 수입 가격은 미국 달러화로 30센트(약 370원). 운송비와 관세 등을 포함해도 유로화로 36센트(약 480원)에 불과했다.
그해 10월 바리의 보건당국은 의료용 마스크 3만장을 공급받기 위한 입찰 공고를 낸다. 장당 가격은 1.25유로(약 1천660원)였다. 입찰에선 미국계 글로벌 업체인 3M이 선정됐다.
얼마 후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며 공급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리 보건당국은 3M에 입찰 계약대로 마스크를 서둘러 공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3M은 6천장만 제공했다. 재고가 바닥났다는 것이었다.
마스크 공급을 중개하는 브로커 업체가 3M 마스크 50만장을 입찰 가격의 세 배가 넘는 장당 4.4유로(약 5천800원)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에 이탈리아 의료 현장에서도 마스크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으나, 보건당국은 이러한 수요를 맞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기본적인 보호 장비조차 없이 환자를 치료해야 했다.
이때 대량의 중국산 수입 마스크를 창고에 보관해둔 3mC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3만장의 마스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당 12.8유로(약 1만7천원)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중간에 브로커 등이 끼어들며 실제 구매 가격은 장당 18.2유로(약 2만4천원)까지 치솟았다. 타란토·브린디시·레체 등 일부 지역에선 최고 20유로(약 2만7천원)에 판매됐다고 한다. 애초 수입 가격의 55배가 넘는 금액이다.
코로나19 비상시국에서 발생한 이러한 마스크 가격 폭등 과정은 주 검찰이 3mC 등 일부 업체의 마스크 매점매석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는 풀리아주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마스크 가격 이상 급등 현상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관찰된 점에 비춰 다른 지역도 비슷한 경로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현재까지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의사는 145명에 달하며, 간호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00명에 육박한다. 마스크라도 제때 공급됐다면 이러한 큰 희생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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