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의료진 공격 21건"…멕시코 대통령 "영웅들에 감사 표시해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리지아 칸툰은 이달 초 유니폼을 입은 채 출근하다 봉변을 당했다.
낯선 이가 다가와 "당신이 우리 모두를 감염시킬 것"이라고 외치며 칸툰의 등에 뜨거운 커피를 끼얹은 것이다.
커피로 옷이 흠뻑 젖은 칸툰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딸은 "아픈 이들을 돌보며 지금 이 순간도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멕시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인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멕시코 사회보장청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인에 대한 공격이 12개 주에서 21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과 소셜 미디어엔 의료진의 피해 사례가 속속 전해진다.
레이노사의 한 간호사는 락스 공격을 당했고, 산루이스포토시의 한 간호사는 카페에서 낯선 이에게 맞아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모두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였고, 특히 여성 의료인들이 주로 타깃이 됐다.
멕시코에선 보호 장비 부족 등으로 의료진 감염도 속출하고 있는데 공격과 차별에도 시달리며 의료인들이 이중고·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자 의료인들은 병원 밖에서 유니폼을 입는 것을 꺼리고 있고, 병원들이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차량으로 출퇴근을 도와주기도 한다. 의료진 보호를 위해 병원에 병력도 배치됐다.
40년 경력의 간호사인 칸툰은 최근 BBC 스페인어판에 "신종플루, 콜레라 유행도 겪었지만 지금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이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멕시코지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의료인에 대한 공격이나 증오 표시, 배척, 차별에 규탄한다"며 당국을 향해 보호 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2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에 대한 공격과 차별을 비난했다.
그는 "의료인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노동자들이자 영웅이다. 그들의 일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상원의원은 의료진을 공격한 이들에게 최대 25년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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