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주춤…"인프라 예산, 코로나 대응에 전용"

입력 2020-04-24 17:15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주춤…"인프라 예산, 코로나 대응에 전용"
코로나 사태 언제 끝나나…인니 교육부, 12월까지 원격수업 대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의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오는 7월 착공을 목표로 관련 법안과 공사 마스터플랜(종합계획), 자본조달 방안을 마련 중이었으나 인프라 예산 상당 부분을 코로나 사태 대응에 전용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24일 로이터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화상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도 이전 예산 투입이 보류됐지만, 내년에 재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공공사업주택부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할당된 대부분 예산을 코로나19 대응에 전용하기로 했다"며 "신수도 건설 지출을 포함한 인프라 예산을 병원 개선 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 2021년 예산에 관련 자금을 할당하길 원하는지 여쭈었으나, 현재 상황에 비춰 신중히 해야 한다고 답하셨다"며 "만약 (수도 이전) 프로젝트가 경기 회복을 도울 수 있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은 앞서 올해 국정운영의 모든 초점을 코로나19 대응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부터 4년 연속 5.0% 이상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2.3%로 하락하고, 더 심하면 마이너스 0.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부터 달러당 루피아 가치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게 하락하고, 실직자와 빈곤층이 급증하자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17일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했다.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건설비용은 대략 337억 달러(41조원)로 추산되며, 정부는 2024년 1단계 이주 완료를 목표로 한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300억 달러(36조4천억원)∼400억 달러(48조5천억원) 투자 의사를 밝혔고, 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등도 관심을 보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원활한 진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수도 건설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안도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부터 한 달간의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되자 "라마단을 개인과 가족, 국가 전체를 위해 전염병 전파의 사슬을 끊는 시기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5월 말∼6월 초 정점을 찍고, 6월부터 감염자 확산세가 꺾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라마단이 '감염자 폭증'의 계기로 작동할 위험성도 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하는 대신 일몰과 동시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기도하면서 감염자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는 올해 말까지 학생들이 가정에서 원격수업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문화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만약 연말까지 원격수업이 이어지면, 새 학기 시작일 등 학사일정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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