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항공기 추락 생존자 우루과이 의사, 인공호흡기 개발나서

입력 2020-04-25 02:46  

안데스 항공기 추락 생존자 우루과이 의사, 인공호흡기 개발나서
영화 '얼라이브' 실제 주인공 "산에서 숨 끊어진 친구들 떠올렸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48년 전 안데스산맥 항공기 추락사고의 생존자인 우루과이 의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더 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기 개발에 나섰다.
우루과이 심장 전문의 로베르토 카네사는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산소 부족으로 숨지는 것을 보면서 산 위에서 숨이 끊어진 친구들이 떠올랐다. 다신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네사는 1972년 항공기 추락 사고로 남미 안데스산맥의 극한 추위 속에서 72일을 생존한 경험이 있다.
당시 그를 포함해 우루과이 아마추어 럭비팀 선수 등 45명을 태운 전세기가 친선경기를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던 중 안데스산맥에서 추락했다.
일부는 추락 충격으로, 일부는 굶어 죽고, 16명이 살아남아 72일 만에 구조됐다.
해발 4천m 고지에서 인육까지 먹으며 사투를 벌인 이들의 극적인 이야기는 이선 호크 주연의 영화 '얼라이브'로도 제작돼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고 당시 19살의 의대생이던 카네사는 다른 친구와 함께 열흘간 안데스산맥을 걸어 내려가 구조를 요청했다.
이제 67세가 된 심장 전문의인 카네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우루과이는 강대국 미국이나 중국처럼 인공호흡기를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제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산에서 배운 또 하나는 벗어나기 위해서는 걷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는 몰라도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더 가까이 갈 것"이라며 "난 인공호흡기에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네 가지 모형의 인공호흡기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기업이 양산하는 호흡기보다 훨씬 저렴하고 간소한 것들이다. 최근 몬테비데오 병원에서 새끼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도 시작했다.
우루과이는 코로나19 확진자(557명)와 사망자(12명) 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더 정교한 인공호흡기를 개발할 시간도 아직 있다고 카네사는 판단했다.
그는 긴박한 상황이 되면 자신들이 만든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면 "여기 호흡기가 있으니 필요하면 쓰라고 말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내 의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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