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기니섬 서쪽 파푸아, 51년 전 인도네시아 편입 후 갈등 지속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분리독립을 상징하는 깃발을 시위에 사용한 파푸아인들에게 인도네시아 사법부가 반역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지난 재판에서 하체 주요 부위만 고깔 모양 덮개로 가리는 뉴기니섬 전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해 파푸아와 인도네시아 갈등을 세상에 알린 바 있다.
25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자카르타 지방법원은 전날 파푸아인 5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시민운동가 6명에게 반역죄를 인정해 각각 징역 8∼9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작년 8월 자카르타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파푸아의 분리독립을 상징하는 '모닝스타기'를 게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모닝스타기를 게양한 것은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반역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은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이고, 동쪽 절반은 파푸아뉴기니이다.
파푸아는 1969년 유엔 후원 아래 진행된 주민투표로 인도네시아 영토에 편입됐다. 그러나 분리주의 단체들은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무장독립 투쟁을 벌여왔다.
파푸아인들은 멜라네시아 인종이고 대부분 기독교라서 인도네시아인들과는 인종·종교 자체가 다르다.
합병 후 파푸아로 이주한 인도네시아인들이 경제권을 쥐고 있기에 파푸아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착취당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에 작은 불씨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폭력 사태로 번지길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인 8월 17일 '인도네시아 국기 훼손' 혐의로 파푸아 출신 대학생 4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도중 경찰이 학생들을 원숭이·돼지라고 부르는 동영상이 유포되자 파푸아인들이 인종차별이라고 폭발했다. 파푸아에서는 소요 사태가 발생했고 자카르타 도심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자카르타 시위 현장에서 모닝스타기를 게양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파푸아인 피고인 중 두 명은 올해 1월 법정에 파푸아 전통 차림으로 출석,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뉴기니섬 남성들은 성기에 고깔 모양 덮개 '코테카'(Koteka)만 착용하는 전통이 있다.
코테카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온 파푸아인들은 상체에는 '원숭이'(monkey)라고 적어 인도네시아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바지를 입기 전까지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파푸아인들은 "코테카 차림은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고집했으나 몇 시간 뒤 바지로 갈아입었다.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변호인은 "국기를 게양하는 것이 어떻게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는지 재판부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 따르면 50명 이상의 파푸아인들이 지난해 반정부 시위 이후 반역죄로 기소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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