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싱가포르와 함께 지목…체제 우열론 펼치다 논란의 발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아시아 국가들이 수직적 국가 운영 체계를 지닌 까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러시아 외무장관이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어떤 서방 친구들로부터도 민주주의 토대를 의심받지 않는 국가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체제와 정부는 자유주의의 선구자들이나 이상형들 가운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내가 얘기하는 주인공은 아시아 국가들"이라며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거론한 뒤 "아무도 이들의 민주주의 국가 자격을 박탈하지 않지만, 국가 운영에 있어 충분히 강력한 수직적 체계를 지닌 국가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가운데 러시아 방송 '채널원'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라브로프 장관의 주장은 서방국가들의 부실 대처를 지적하며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체제에 정당성을 더하려는 선전으로 해석되지만, 진위 논란이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한국이 다른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강력하게 수직적인 국가 운영 체계를 지녔는지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대립할 수 있다.
게다가 초기대응에 성공한 싱가포르는 재유행 때문에 동남아시아 최대의 피해국으로 전락했고 일본은 늑장 대처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지는 궁지에 몰린 까닭에 효과적 대처와 거리가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발언이 서방 국가들의 취약성과 위선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민주주의 멘토들(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고 싶지 않고 그 반대로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모든 이들과 마음을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반적으로 볼 때 이번 위협에 대처하는 국가의 역량을 분석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자료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신봉하는 국가들이 핵심적인 이익이 걸렸을 때는 "매우 비자유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서방 국가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유고슬라비아 폭격,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했다는 허위사실을 이유로 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미국의 베네수엘라 내정간섭 등이 그 사례라고 주장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91만988명, 사망자는 20만2천867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이 확진자 94만4천430명, 사망자 5만4천51명, 유럽이 확진자 125만2천91명, 사망자 12만87명을 기록하는 등 서방 국가들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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