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보도…트럼프 '비과학적 발언' 헛발질 속 TF전문가 그룹 냉가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엄청난 역풍을 몰고 온 '살균제 인체투입 검토' 발언을 했을 당시, 브리핑룸 좌석에서 앉아 난감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데비 벅스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과학자 겸 의사,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참모'라는 직책 사이에서 겪고 있는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됐었다.
미국 CNN방송은 27일 '트럼프가 벅스를 힘든 지점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점점 더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학과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벅스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공중 보건 임무 및 평판, 그리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대한 애착을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 유지 사이에서 곡예를 부려야 하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벅스 조정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부터 국무부에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AIDS(에이즈) 퇴치 업무를 이끌어왔으며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백악관의 담당 조정관으로 발탁된 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함께 TF의 '간판'으로 활약해왔다.
CNN은 벅스 조정관이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내놨을 당시 현장에서 바로잡지 않은데 이어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한 점을 거론, "본인의 과학적 주안점에 대한 타협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벅스 조정관의 '줄타기'는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자들이 '엉터리 과학'을 퍼트리는 대통령을 달래기 위해 자신들의 평판상 위험을 어느 정도 무릅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극찬하는 등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발언 등으로 TF내 의사·과학자 그룹 인사들과 긴장 관계를 연출해왔다.
파우치 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소신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내다 잠시나마 경질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코로나19의 동절기 재확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인터뷰를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공개해명을 강요받는 등 전문가그룹의 수난사는 계속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인체주입 발언 파문의 여파로 주말 TF 일일 브리핑을 중단한 가운데 '코로나19 리얼리티 TV쇼'가 완전히 멈추지 않는 한, TF내 과학자·의사 그룹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검사 능력 부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불충분한 검사 인프라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앞으로 놓여있는 최대 딜레마로, 이 부분이 벅스 조정관과 그의 동료들이 훗날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는 책임론 등에 휩싸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가짜뉴스"라며 "변변찮은 주류언론들도 이 사실을 알지만, 대중의 마음속에 혼돈과 혼란의 인상을 조성하려는데 필사적"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앨릭스는 탁월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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